한국은행이 이번에 내놓은 경제 성장률 전망은 기존 한은이나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에 비해 비관적이다. 향후 30년간 노동 투입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자본 투입도 증가세가 크게 낮아지는 데다 인구 감소세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과감한 이민정책과 교육 선진화, 디지털 전환 가속화 등으로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을 높일 것을 제언했다.
한은은 지난달 경제전망보고서에서 68% 확률로 2050년대에 국내 추세성장률이 마이너스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같은 달 보고서에서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0.7%로 유지될 경우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2023~2030년 1.5%, 2031~2040년 0.9%, 2041~2050년 0.2%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이번에 발표한 보고서보다는 낙관적인 수치다.
조 부원장도 생산성과 인구 상황별 시나리오에 따라 성장률 둔화 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고 봤다. 높은 생산성을 가정한 시나리오에서 성장률은 2020년대 2.4%, 2030년대 0.9%, 2040년대 0.2% 등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성장률 둔화는 피할 수 없지만 최악 시나리오에 비해 약 0.5%포인트 높은 수준은 유지된다
높은 생산성과 함께 인구 감소세를 완화하는 데 성공할 경우엔 성장률이 같은 기간 2.5%, 1.1%, 0.4% 등 소폭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2050년이 돼도 역성장은 나타나지 않는다. 생산성과 인구 수준이 중간인 시나리오에서는 2035년 이후 0%대 성장률이, 204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1980년대였다. 이 기간 한국은 연평균 9.5% 성장했다. 이후 성장률은 10년마다 2~2.5%포인트씩 하락하며 2010년대에는 2.9%로 낮아졌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2022년에는 2.1%를 기록했다.
자본의 경제성장 기여도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부동산 중심의 자산 축적 흐름이 무형자산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건설자산 비중은 2018년 이후 증가세다. 조 부원장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신중해야 한다”며 “재건축 활성화, 도시 재생 등을 통한 현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선 ‘전방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 부원장은 “다양한 인구 감소 대책이 나왔지만 추세를 반전시키는 데 효과가 없었다”며 “가치관, 취업, 결혼, 출산, 교육, 주택 마련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 지출하는 방식을 점검해 적합한 지출 구조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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