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가 한국 시장 철수를 예고한 가운데 국내 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전망이다. 네이버는 새로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으로 트위치의 빈자리를 차지한다는 전략이다. 기존 플레이어인 아프리카TV와 유튜브 역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영상 채팅 서비스 ‘아자르’로 유명한 하이퍼커넥트는 ‘하쿠나 라이브’ 서비스 알리기에 나섰다.
현시점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은 국내 최대 인터넷 플랫폼인 네이버다. 그동안 게임과 e스포츠 관련 서비스를 확장해온 네이버가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 직접 참전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19일 치지직의 오픈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 5~8일 직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치지직은 풀HD(1080p) 해상도를 지원하고 게임 방송에 적합한 사용자 환경(UI)과 커뮤니티, 후원 기능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트위치가 폐지한 다시 보기(VOD) 서비스도 포함된다. 네이버페이로 후원하는 기능처럼 기존 네이버 생태계와도 접점을 찾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스트리머와 이용자의 피드백을 반영해 내년 정식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한국 트위치를 집어삼킬 수 있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 트위치의 스트리머를 영입하고 유저 트래픽을 성공적으로 확보하면 치지직의 사업 가치는 1조원을 넘어선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위치의 주요 스트리머들이 네이버 카페 등 네이버 커뮤니티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만큼 트래픽 확보 성공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며 “치지직은 네이버페이 및 기존 네이버 멤버십과도 연계될 예정이므로 네이버 플랫폼을 활용하던 기존 사용자들에게도 매력적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올 하반기부터 트위치에서 활동하는 유명 게임 스트리머에게 서비스를 소개하는 등 물밑에서 시장 진출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치 철수 발표와 네이버 서비스 출시 계획 발표가 맞물리면서 유명 스트리머 상당수가 네이버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트위치도 네이버와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댄 클랜시 트위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일 “네이버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방송인들에게 또 다른 옵션이 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네이버와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토종 플랫폼인 아프리카TV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프리카TV는 그동안 트위치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게임 콘텐츠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프리카TV는 최근 애널리스트 간담회에서 “플랫폼 개선을 통한 크리에이터와 이용자 유입에 우선순위를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데이팅 앱 틴더를 서비스하는 매치그룹이 인수한 국내 기업 하이퍼커넥트도 자사 소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인 ‘하쿠나 라이브’의 이름 알리기에 나섰다. 채팅은 물론 ‘게스트 모드’를 통해 시청자나 다른 호스트가 영상으로 직접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크리에이터를 모집 중이다.
게임 스트리밍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게임 스트리밍 시장 규모는 올해 116억9000만달러(약 15조원)에서 2027년 173억9000만달러(약 23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올해 이용자는 1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빅테크에도 쉽지 않은 게 이 시장이다. 세계 최대 영상 서비스인 유튜브도 게임 스트리밍 시장에선 트위치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많은 스트리머가 시청자층을 넓히기 위해 유튜브에서 방송을 동시 송출하지만 메인 플랫폼보다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16년 ‘믹서’라는 온라인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하고 2020년 사업을 접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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