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끊긴 해외여행을 재개하고 있지만 백화점·명품 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쇼핑이 필수 코스였던 단체관광객 '유커(游客)'가 줄고 인기 명소를 찾아 인증사진을 찍는 개별관광객 '산커(散客)'가 늘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3년 동안 발이 묶인 중국인 여행객들이 다시 해외로 떠나고 있지만 이들의 모습과 소비 행태는 예전같지 않다"고 보도했다.
중국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인 해외관광객은 4037만명으로 집계됐다. 하반기 관광객 수가 상반기와 같다고 가정하면 올해 총 관광객은 8074만명으로 2021년 2562만명의 3배가 넘는다. 트립닷컴은 지난 9월 ITB중국여행박람회에서 해외 관광객 수가 내년 중반께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1억5463만명 규모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중국인 해외 관광객의 63%를 차지하는 40대 미만이 여행 문화를 바꿔놓으면서다. 과거 중국인 해외여행의 주류가 대형 버스에 타서 쇼핑몰에 들러 쇼핑하는 단체관광객 중심이라면, 최근에는 중국의 인스타그램이라고 불리는 '샤오홍슈(小紅書·작은 붉은 책)'에 올리기 위해 명소를 방문해 사진을 찍는 개별 관광이 여행의 주류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해외 관광객 매출 비중이 큰 업계에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는 지난달 중국 및 여행 소매부문 약세를 이유로 올해 연간 수익 전망을 36% 낮췄다. 바클레이즈 등 애널리스트들은 중국 소비자 수요 감소로 인해 루이뷔통모이헤네스(LVMH) 기업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전자상거래 활성화도 해외 관광 매출이 감소하는 원인 중 하나다. 고급 백화점 브랜드 하비 니콜스를 운영하는 딕슨컨셉은 지난달 말 규제 당국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홍콩 시내 매장 두 곳 중 하나를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팬데믹 기간 전자 상거래의 성장, 중국 내 명품 브랜드의 입지 강화, 중국과 홍콩 간 (명품 등) 가격 차 축소 등으로 영업이익을 예전만큼 내지 못하면서다. 이 회사는 "홍콩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더 이상 팬데믹 이전처럼 쇼핑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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