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쯤엔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D램 시장만큼 커질 겁니다. AI반도체 투자 사이클이 본격화하면 한국 반도체주의 랠리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정수 미래에셋자산운용 리서치본부장(사진)은 19일 “반도체 턴어라운드가 스마트폰과 PC의 수요 둔화로 예상했던 것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챗GPT 등 생성형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외국인 투자자가 상반기 한국 증시에서 12조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그 중 90% 이상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집중했다”며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반도체 입도선매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본부장이 운용하는 ‘미래에셋코어테크’ 펀드는 반도체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테크주에 집중투자하는 상품이다. 국내 공모펀드 시장이 오랜 침체에 빠져있지만 이 펀드는 순자산 규모(7735억원)가 3년만에 3배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우수한 성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뭉칫돈이 몰렸다. 이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34.91%(15일 기준)로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를 20.28%포인트 앞지르고 있다. 2019년10월 설정 이후 수익률은 78.17%에 달한다.
김 본부장은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갖고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테크 기업들”이라며 “국내 주식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테크주에 집중하고 다른 산업군은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전략을 쓰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곳에는 언제나 투자자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돈이 몰린다”며 “내년 고금리 상황에서도 테크주에는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2차전지는 당분간 비중을 줄이는 편이 좋다고 봤다. 김 본부장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전기차에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령을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며 “불확실성 확대에 실적부진까지 겹쳐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나 IT주에 투자하는 ETF와 비교해도 강점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IT 업종 내에도 다양한 산업군이 있고 저마다 싸이클이 조금씩 다르다”며 “코어테크펀드는 ETF와 달리 종목 비중을 유연하게 조절하기 때문에 시장상황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미국 기업들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신고가를 기록하거나 1달간 상승률이 높은 기업들의 사업모델이나 실적추이를 관찰하다보면 국내 시장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시장의 변화를 보다 빨리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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