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정부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입지, 인력, 교육, 정주여건 마련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공하기로 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과 민간 주도로 지역 투자를 활성화 하는 민간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방 활성화하려면 기업-정부 힘 합쳐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최 회장은 7일 오후 서울대 시흥캠퍼스에서 ‘함께 만들어 가는 지역경제, 기업과 정부의 역할’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는 이 장관과 최 회장을 비롯해 지역경제 전문가, 기업인 등 200여명 참석했다. 이 장관은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전략은 중앙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아닌, 지방정부 주도적으로 발전전략을 세우고 정부가 지원해 지속 가능한 성장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오늘 포럼이 열린 시흥시는 90년대 초 산업단지가 생기면서 인구 10만의 소도시가 50만의 대도시로 성장했다"며 "시흥처럼 기업이 지방에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한다"고 했다.
이후 김정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상무, 김은경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엄미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 핵심 인력 양성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김 상무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과 정부의 역할'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디지털 인프라 고도화, 지역만의 차별적 콘텐츠 및 서비스 발굴, 지속가능한 운영모델 개발 등 3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수도권과 지방 간 윈윈 해법과 협력방안'이라는 발표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기업, 중앙부처와 지자체 간의 협력 지원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엄 연구위원은 '지역경제 핵심 키(key) ? 인재양성'이라는 발표에서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대학의 위기와, 지역의 신산업분야 인재 확보 어려움 등을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참여하는 인재육성 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이원재 요즈마그룹 아시아 총괄대표, 박주석 마팔하이테코 대표, 정상훈 강원대 지리교육과 교수의 토론이 진행됐다.
정 교수는 "올해로 25년을 맞은 지역 경제 개발 정책은 '정부가 묻고 기업이 답하는 식'이었지만 기업이 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는 기업과 지역이 묻고 정부가 답해야한다"고 했다. 이 디표는 이스라엘을 예로 들어 '지역별 테마성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바이오 산업은 이스라엘 남부 지역의 와이즈만 연구소가 담당하는데 1년에만 42조원의 이윤을 창출한다"며 "정부가 중심이 돼 대학과 기업, 벤처와 창업가를 집중 육성해 인재와 기업이 지방으로 몰리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중소기업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를 지적했다. 고 대표는 "지역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이제는 현실이 돼버린 외국인 노동자 문제"라며 "숙련된 이들이 다시 나가지 않도록 비자제도를 정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최태원, "지금까지 지역 활성화 정책 근본부터 뜯어고쳐야"
최 회장은 이날 주제 발표와 토론을 듣고 종합적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규제완화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고, 지방정부가 진행하는 산업 육성 정책 등에 대해 예를 들어가며 쓴소리를 쏟아냈다.최 회장은 "지역경제 문제는 인구감소, 이민정책, 규제개혁, 산단정책 등 모든 정책과 연결돼어 풀기 힘들다"면서도 "계획적이고 전략적 자원 배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정산업의 클러스터를 만든다면 대한민국 차원을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이 지역으로 산업이 와야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메디컬 클러스터를 예로 들며 "단순히 메디컬을 키우는 것으로는 안되고 '유전자 치료제 특화단지' 등의 구체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세제 인센티브로는 부족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전자 치료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 관련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환경 및 규제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 그는 "죄송하지만, 현재 로컬 대학의 레벨로는 이 산업 육성이 불가능한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지방이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물가와 인력에 대한 메리트가 있으면 가능한 얘기"라면서도 "주거, 커뮤니티, 프라이버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주거형태의 고민, 특화된 인물만 유치하고 길러내는 집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각 광역 지자체별로 추진 중인 산업 클러스터 정책이 지나치게 중복돼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메디컬, AI, UAV 등 모든 걸 다 하는 게 아니라 특정 광역지자체가 한 주제를 잡고, 세부 내역을 소도시에서 육성하면서 지자체는 큰 그림으로 끌고가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광역지자체가 글로벌 단위의 경쟁력을 다 갖겠다는 것은 자원 배분의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생각도 쏟아냈다. 그는 "우리나라에선 어느 지역에서나 똑같은 전기값을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그렇다보니 발전소가 남부지방에 집중돼있음에도 가격 측면에선 메리트가 전혀 없다"고 했다. 에너지의 분포에 따른 산업의 지역화도 가능하지만 경쟁이 막혀있다는 이야기다.
산업단지의 개념도 바뀌고 있다고 했다. 기존의 산단은 땅에만 집중하지만, 지역과 공간이 연결된 개념으로 보면 '첨단 공장이 들어선 곳'이 산단인 시대가 지났다는 것. 그는 "산단 입주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등을 강조하다 보면, 정작 지역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걸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시흥=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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