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들이 지역구 재선을 위해 ‘~계’에 줄서기 바쁘고, 당 대표에게 충성한 사례는 흔하게 봐 온 풍경이다. 계파 보스들도 비례대표를 세 확장 수단으로 삼아 자기 사람 심기 경쟁에 나섰고, ‘30당 20락(30억원 당선, 20억원 낙선)’이 회자되는 등 비리 온상이 됐음은 잘 알려진 바다. 전문성은 고사하고 자리 나눠 먹기 또는 시민단체와 운동권 인사들 챙기기 용도로 타락했다. 설령 분야별 전문가로 영입됐다고 해도 출신 직능단체 이익만 좇는 데 혈안이다. 과거 ‘전국구(錢國區)’라는 비아냥을 듣더니, 지금도 제도 취지를 심하게 뒤트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21대 총선 비례대표는 최악이라고 할만하다. 병립형, 연동형제를 놓고 싸우다가 세계 어디에도 없는 준연동형제를 도입해 위성정당이라는 흑역사를 만들어냈고, 비례대표 47명 중 39명이 이런 사이비 정당을 통해 의원 배지를 다는 막장의 극치를 보여줬다.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 투표용지만 48.1㎝에 이르렀다. 이들의 행태를 보면 비례대표제를 쓰레기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이 급조되다 보니 자질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했다. 전문성보다는 정파성이 우선하면서 비례대표 취지에 맞는 의원은 후하게 쳐도 15명 정도에 불과하다.
대정부 질문에서 ‘코이의 법칙’으로 장애인 복지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말한 김예지 의원을 제외하고 돋보이는 정책 활동을 한 비례대표를 찾기 힘들다. ‘흑석선생’ 김의겸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열린민주당 비례대표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청담동 술자리, 주한 유럽연합 대사 발언 왜곡,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전담판사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서울대 법대 동기 주장, 김건희 여사 전시회 개막 무속인 축사 등 숱한 허위 논란을 일으켜 뭣 하러 비례대표가 됐는지 영문을 모를 지경이다.
조국 아들의 인턴확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아 기어코 배지를 단 최강욱은 의원 활동 내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을 공격한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짤짤이’ ‘암컷’ 등 하는 말도 밑바닥이다. ‘총선은 한·일전’이라고 선동하고 위안부 후원금을 빼돌려 2심 유죄를 받은 윤미향, 이태원 참사 당시 응급 구조차량을 타고 현장에 간 신현영, 도쿄 한복판에서 일본인이 알아보지도 못하는 오염처리수 방류 반대 한글 현수막 시위를 벌인 양이원영, 킬빌 의상·타투·퀴어 축제 복근 자랑 이외에 청년 정치인으로서 뭘 보여줬는지 모를 류호정, 존재감도 없고 총선 노른자위 지역구만 쫓아다니기 바쁜 국민의힘 비례대표들…. 왜 뽑았는지도 모를 이런 사람들이 무슨 비례대표 자격이 있나.
22대 총선 비례대표도 꼼수, 왜곡이 판을 칠 것 같아 암울하다. 송영길은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수사받고 있고, 관련자들이 혐의를 인정하는 판에 비례대표 신당 추진을 공언하고 있다. 그것도 ‘윤석열 퇴진당’이라고 한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도 ‘비법률적 방식 명예회복’ 운운하더니 ‘돌 하나 들겠다’며 비례신당 추진설도 나온다.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정당을 ‘복수혈전’ 터전으로 삼으려고 한다. ‘후흑(厚黑)’의 끝판왕들이라는 얘기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여야는 총선을 앞두고 병립형 회귀, 완전 연동형제, 준연동형제 유지 등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야당은 비례대표를 늘리자고 한다. 이런 식으로 정치를 망가뜨릴 바엔 비례대표를 확 줄이거나 차라리 없애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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