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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설계사들이 미국의 제재 확대에 대비해 고성능 반도체 패키징(조립 포장)을 말레이시아 기업에 맡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유니셈 등 말레이시아 반도체 패키징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조립을 문의하는 중국 고객사가 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존 치아 유니셈 회장은 “무역 제재와 공급망 문제 때문에 중국 반도체 설계사들이 중국 외 지역에서 추가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왔다”고 전했다. 중국 밖에서 반도체를 패키징하면 국제 시장에 제품을 더 쉽게 팔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인이다.
패키징은 웨이퍼 형태로 생산된 반도체 칩을 자르고 전기 배선 등을 연결해 전자 기기에 장착할 수 있는 형태로 조립하는 작업을 말한다. 여러 반도체를 연결해 고성능 반도체를 만드는 칩렛 기술은 중국이 미국 수출 통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꼽히는데 이 역시 패키징 기술의 일종이다.
반도체 제조사 인텔과 AMD가 1972년 페낭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을 설립한 이후 말레이시아는 전 세계의 ‘패키징 기지’로 불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현재 13%인 패키징 시장 점유율을 15%로 끌어올리기 위해 세금 공제 등 여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21년 70억달러(약 9조원) 규모의 인텔 첨단 패키지 공장을 유치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독일 인피니언의 54억달러 규모 전력 반도체 생산공장 설립을 확정 지었다. 소식통들은 “패키징은 미국의 수출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분야로 언젠가 수출 통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인엽/정희원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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