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에도 통했다. 하림그룹이 2015년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한 지 8년 만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HMM을 인수하게 되면 하림그룹은 단숨에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뛰어오른다.
김 회장은 “(HMM 인수를 통해) 한국을 세계 5대 해운 강국으로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팬오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HMM의 경쟁력을 높여 일각에서 제기하는 ‘승자의 저주’ 우려를 씻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운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사명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며 “팬오션 인수 경험을 토대로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했다. 김 회장은 “HMM은 글로벌 컨테이너 시장에서 점유율이 3%에 그친다”며 “HMM의 경쟁력을 높여 세계 8위에서 5위로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세계 1, 2위를 차지하는 스위스 MSC, 덴마크 머스크가 인구가 적은 국가의 해운선사인 만큼 한국도 충분히 세계적 선사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김 회장의 생각이다. 하림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기준 자산 17조원으로 재계 27위다. HMM 인수에 최종 성공하면 자산이 총 42조8000억원으로 불어나 CJ그룹(40조7000억원)을 제치고 13위로 뛰어오른다.
하림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금융과 팬오션 영구채 발행 등으로 HMM 인수 자금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에 조달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 회장은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할 때 ‘닭고기 회사가 무슨 해운사 인수냐’며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컸다”며 “당시 승자의 저주에 걸릴 것이라고 말하던 사람들이 1년이 지나자 팬오션 인수는 신의 한 수였다고 평가를 180도 바꿨다”고 했다. 그는 “재무적 부담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승자의 저주가 되지 않게 결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경쟁 상대인 동원그룹의 견제도 강했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여러 가지 협상이 있을 수 있다”며 “하림도 기존의 의견을 무조건 고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매듭을 풀어나갔다. 그는 해진공의 영구채 이슈와 관련해 “매각 측과 협상을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2014년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이각 모자를 국제 경매에서 26억원에 낙찰받았다. “나의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는 나폴레옹 황제의 도전정신을 그룹 임직원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에 일깨우려는 의도였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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