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신약 벤처기업이 후보물질 및 플랫폼 기술을 상호 기술이전하는 첫 사례가 나왔다. 줄기세포라는 공통분모를 기반으로 한·미 양국에서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메디노와 미국 사이토너스는 각사의 후보물질을 상호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최근 체결했다. 사이토너스는 메디노의 선도 후보물질 히스템을 기술이전받아 미국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메디노는 사이토너스의 플랫폼 기술(카고사이트)을 활용해 새로운 후보물질을 개발하기로 했다.
바이오벤처가 후보물질을 상호 기술이전한 사례는 흔치 않다. 레모 무미아이-카자르 사이토너스 대표는 “기술 도입과 이전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미국에서도 아직 보지 못한 사례”라고 했다. 대형 제약사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벤처기업의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게 일상적인 방식이었다.
두 기업 간 가교 역할은 두 회사에 초기투자한 국내 벤처캐피털(VC)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가 했다.
두 회사에 초기투자를 하고 이번 협력까지 끌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안재열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중간엽줄기세포(MSC)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파이프라인 교환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MSC는 탯줄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다. 사이토너스는 MSC를 유전자치료제를 운반하는 약물전달체로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메디노는 신경질환 치료에 MSC를 쓴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는 이른 시일 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 GMP 생산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사이토너스는 이번 협력으로 메디노의 생산설비를 이용해 임상에 필요한 줄기세포 후보물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전까지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에서만 소규모로 임상을 진행해 온 메디노는 미국 임상의 길이 열렸다. 국내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다양한 인종이 섞인 미국 임상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상무는 “메디노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목적으로 기술성평가를 받는 데 필요한 기술이전 실적 같은 주요 마일스톤을 챙길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이토너스가 메디노로부터 기술이전받은 히스템은 뇌와 중추신경계가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생기는 미숙아뇌실내출혈(IVH)과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HIE)의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발병하면 6개월 생존율이 절반 이하다.
주경민 메디노 대표는 “올해 상반기 임상 1상에서 미숙아뇌실내출혈이 있는 조산아 5명에게 히스템을 투여했는데 지금까지 이상 없이 생존해 있다”고 말했다.
메디노는 MSC를 유전자치료제 약물전달체로 사용하는 사이토너스의 카고사이트 플랫폼으로 퇴행성신경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메디노는 카고사이트로 개발한 1개 후보물질의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권리를 갖게 된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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