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가 교수 임용 전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논문을 복수의 학술지에 중복 투고하는 자기표절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자기표절 의혹 논문이 강 후보자의 교수 임용 이전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후보자가 교수 임용을 위해 '실적 부풀리기'를 감행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19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보훈부 청문회 준비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지난 1981년부터 2016년까지 총 40편의 학위·학술 논문을 작성했다. 강 후보자는 1998년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부임한 이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숙명여대 총장을 역임했다.
민주당은 40편의 논문 가운데 4편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있다. 강 후보자는 1995년 2월 인사조직학회에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근로자 만족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투고했다. 이 논문은 당시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L전자 사무직 직원들 가운데 탄력근로제를 도입한 그룹과 도입하지 않은 그룹을 비교해 근태관리 효율성과 만족도, 직장생활 만족도 등을 비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강 후보자가 같은 해 8월 아주경영리뷰에 투고한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조직효과'라는 논문이 동일한 문제의식과 동일한 연구대상, 동일한 조사를 거쳐 동일한 결과를 내렸다는 점이다. 일부 문장에 대한 윤문이 있지만,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값까지 동일한 만큼 하나의 논문을 일부 수정한 정도라는 지적이다.
강 후보자가 1993년과 1995년에 각각 작성한 '부서별 근태관리 시스템에 따른 직무태도 영향분석', '자율적 근태관리 시스템이 직무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도 유사성 의혹이 제기됐다. 두 논문은 모두 직원 근태관리를 총괄 관리 방식에서 부서별 관리 방식으로 변경한 S백화점 본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장생활 태도를 조사했다. 두 논문은 각각 인하대 산업경제연구소와 한국경영학회가 발행한 학술지에 게재됐다.
이번 논문 역시 문제의식과 조사의 시기·대상·변수·방식·결과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가 완전히 동일했다. 결론 부분 역시 대부분의 서술이 완전히 동일한 문장으로 구성됐다.
정치권에서는 강 후보자가 작성한 40편의 논문 가운데 자기표절 의심 사례가 모두 교수 임용 시점인 1998년 이전에 집중된 점을 주목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교수 임용 과정에서 발표 논문 등 연구 실적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숙명여대 역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학들은 논문의 숫자와 공동연구 여부, 등록 학술지의 등급에 따라 정량적인 점수를 부과한다. 논문이 많을 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학계에선 과거부터 교수 임용 과정에서 연구자들이 동일한 논문을 일부 수정해 여러 학술지에 투고하고 몇배의 성과로 인정받는 '양치기' 관행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교육부 훈령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은 연구자가 자신이 과거에 쓴 논문이나 유사한 논문으로 연구비를 수령받거나 성과를 인정받아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강 후보자가 교수로 임용되고 난 이후인 2017에야 개정된 사안이다. 하지만 학계는 2018년 서울대 총장 최종후보가 자진사퇴하고, 2010년에는 이수훈 아주대 총장이 물러날 만큼 과거의 자기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엄격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강 후보자와 동시에 지명된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박상우 건설교통부 장관 후보자도 자기표절 의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 가운데 강 후보자와 송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에서 공개적으로 자기표절 사실을 사과하기도 했다.
김한규 의원은 "강 후보자는 아버지가 참전용사라는 점 외에는 보훈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전무하다"며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연구자 이력에서도 연구윤리 부정 사례가 복수 확인된 만큼 자질에 심각한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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