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치 인수 이례적"…김범석 쿠팡 창업자의 '승부수' 배경엔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입력 2023-12-19 15:18   수정 2023-12-19 15:53

쿠팡이 목표로 삼은 최종 종착지는 ‘아시아 넘버 원 리테일 기업’이다. 로켓 배송이란 전에 없던 배송 혁신을 무기로 이마트의 ‘온라인 버전’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하겠다는 비전으로 김범석 쿠팡 창업자(쿠팡Inc 대표)는 국내 기업 최초로 쿠팡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시켰다. 김 대표가 지금껏 밝혀왔던 쿠팡의 성장 전략에 비춰봤을 때 이번 파페치 인수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선 파페치 인수 결정에 대해 주가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쿠팡은 2021년 3월 11일(현지 시간) 글로벌 자본 시장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NYSE에 상장했다. 기업공개로 조달한 금액은 46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5조2200억원)에 달했다. 상장 첫날 쿠팡 주가는 50달러에 육박하며, 시가총액은 장중 한때 111조원을 찍었다. 하지만 18일 쿠팡 주가는 16.15달러로 마감됐다. 시총은 289억달러(약 3조7750억원)로 급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김범석 대표는 창업자이지만 동시에 회사 경영에 대해서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배당 여력이 없는 쿠팡 경영진이 주요 주주들의 주가 관리 요구에 부응하려면 새로운 성장 스토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상주하며 쿠팡의 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 대표는 일본, 대만에 한국의 로켓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일본에선 테스트만 하고 사업을 접었다. 대만은 시장 규모 면에서 파괴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쿠팡이 ‘K패션의 세계화’에서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찾으려 할 것으로 예상한다. 파페치는 영국을 비롯해 전 세계 190개국에 패션 브랜드를 판매 중이다. 파페치를 K패션이 글로벌 소비자들과 대면할 수 있는 ‘데뷔 무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파페치는 뉴가즈 그룹의 최고급 스트리트 브랜드인 ‘오프화이트’를 성공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무신사만 해도 K패션에 대한 선구안이 좋긴 하지만 해외 네트워크가 없다는 게 한계”라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미국에서 쓰고 있는 성공 방정식도 김 대표를 자극했을 것이란 추론도 나온다. 네이버웹툰만 해도 일본,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미국에서도 1위 웹툰 플랫폼으로 올라섰다. 올 10월까지 네이버웹툰의 전 세계 누적 인앱 구매 수익은 6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이같은 결과에 힘입어 네이버웹툰은 미국 직상장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네이버는 지난해 포시마크라는 중고거래 플랫폼을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매출이 4600억원(2021년 기준), 66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포시마크를 인수한 것을 두고 ‘네이버의 실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지만, 최근엔 네이버가 글로벌 소비자와 접점을 찾기 위한 시도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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