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군대에서 먹던 '전투식량'. 이제 가족들과 캠핑에서 먹고 있네요."
지난 8월 경기도 양평으로 가족들과 캠핑을 간 A씨(43)는 인터넷에서 구매한 비빔밥류 전투식량을 챙겨갔다. 라면보다 조리가 간편하고 맛도 좋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캠핑가면 보통 전날 저녁에 요리한 식기를 그대로 두고 자 다음 날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때우는 편"이라며 "전투 식량은 끓인 물도 필요 없어 컵라면보다 편하다"고 말했다.
군납용 전투식량과 같은 조리 방식인 '비화식 발열 조리' 제품이 캠핑족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실제 군에 납품되는 제품은 아니지만 '전투식량'이라는 이름으로 몇 년 전부터 입소문이 났다.
해당 제품은 안에 동봉된 탈산소제에 물이 닿을 때 생기는 열로 음식을 조리하는 방식이다. 각종 음식이 담긴 용기에 미지근한 물만 넣으면 조리가 끝난다.
보통 친구 1명 정도와 캠핑을 즐긴다는 B씨(33)는 "소수 인원일수록 음식 조리와 뒷 처리가 일인 경우가 많다"며 "군에 다녀온 남자로서 처음엔 호기심으로 샀지만 보관하기도 쉽고 맛도 좋아 캠핑 외 등산 갈 때도 꼭 챙긴다"고 전했다.
저렴한 가격도 전투식량의 장점이다. 인터넷에서 인기인 이지밥 '핫앤쿡' 제품 가격은 4050원, 일빵빵 '대용량 제육 비빔밥'은 3600원에 판매 중이다. 또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특전 식량' 제품은 3000원으로, 보통 3000~4000원에 가격이 형성돼있다.
평소 이 제품을 한 번에 대량으로 구입한다는 C씨(26)는 "간단한 음식류라도 밀키트가 생각보다 꽤 비싸서 전투식량을 미리 구비해놓고 야외 활동 시 용이하게 사용한다"며 "요즘처럼 추운 날씨엔 그냥 집에서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이유로 전투식량에 대한 인기는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다. 핫앤쿡 제품의 누적 판매량은 19일 네이버 쇼핑 기준 4만개를 넘어섰다. 또 다이소 제품은 올해 9월~11월 간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10% 상승했다. 한 생산 업체에 따르면 이 공장이 다이소에 납품하는 해당 제품 수량은 연평균 1만개에 달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군납용 제품도 같이 생산하는 공장이 많아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직원 두 명의 소규모 판매사인데도 현재 월 주문량이 최소 500건 이상"이라며 "매출도 3년 동안 꾸준히 늘고 있어 올해가 가장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군대라는 환경에서 오랜 기간 쓰여온 만큼 야외활동에서의 효율성, 간편성은 이미 검증된 조리 방식"이라며 "가성비 있는 즉석조리 식품에 전투식량이라는 제품명을 붙인 '네이밍(상표 이름 짓기)' 전략도 점차 커지고 있는 캠핑·등산 시장에서 소비자 눈길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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