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최고 미술관을 꼽을 때면 청담동 송은이 빠지지 않는다.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은 자크 헤르조그와 피르 드뫼롱이 지은 아름다운 건물부터 국내외 현대미술 조류를 반영한 기획전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좋은 미술관의 조건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1년부터 운영해 온 송은미술대상이 추가된다.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으로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송은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를 준다. 송은문화재단은 작품 2점(3000만원 상당)을 사주기까지 한다. 송은미술대상 최종 후보에 오른 20인의 대표작을 하나씩 전시하는 송은미술대상전이 한국 미술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가늠자 역할을 하는 이유다.
지금 열리고 있는 스물세 번째 송은미술대상전에는 남진우 문이삭 박웅규 박형진 백경호 배종관 신미정 신제현 유화수 이세준 이우성 이은영 임노식 장파 전장연 정서희 정진 허연화 황문정 황선정 등 작가 20인의 다양한 장르 작품이 나와 있다.
젊은 작가들을 모아둔 만큼 다른 전시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조형과 톡톡 튀는 색채가 두드러진다. 대왕오징어를 그리는 남진우, 여성의 몸을 기괴하게 형상화하는 장파, 상큼하고 발랄하면서도 세세한 제스처와 표정 묘사가 살아있는 이우성의 작품(사진)이 대표적이다. 전장연 작가는 동양화의 ‘난 치기’를 형상화한 철판 조형물 작품을, 정서희는 인류의 과거와 미래를 다룬 게임 형태의 다큐멘터리 영상 작품을 전시장에 내놨다. 신미정의 ‘타이완, 타향 그리고 타자’는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영상 작품이다. 대만계 화교로 6·25전쟁 당시 국군과 함께 싸웠던 한 사람의 이야기를 조사해 영상에 담아냈다. 황문정은 전시가 열리고 있는 건물을 모티브로 건축과 미술을 조화시킨 작품을 선보였다.
공통적인 주제가 없다 보니 전시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어 도슨트 투어가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 네 번씩 이뤄진다. 네이버를 통해 예약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2월 24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