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활동, 집회 시에만 허용되는 현수막이 서울시내 곳곳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마구잡이로 내걸린 채 방치되고 있다. 서울시가 이달부터 무분별하게 설치한 현수막을 규제할 수 있는 조례를 마련했지만 관할 관청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개정된 ‘서울특별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는 지난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각 지자체는 동마다 설치할 수 있는 현수막 수를 제한할 수 있다. 현수막에 특정 개인과 단체를 비방해선 안 된다. 집회·시위 현수막의 경우 실제 집회·시위·행사를 여는 동안에만 현수막을 게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강남구 등은 서울시와 달리 현수막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담당 구청 관계자는 “현행법상 행사나 집회, 정당활동에 사용하는 현수막은 철거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집회 관리를 경찰이 맡고 있고 현수막은 집회 용품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찰은 “현수막 철거는 지자체 관할”이라고 답했다. 집시법을 악용한 현수막 공해 책임을 두고 관할 구청과 경찰이 서로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현수막 철거 조례는 지난 7월 인천이 가장 먼저 만들었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현수막 철거 조례가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이지만 법원 판결 이후 광주, 울산 등 전국적으로 규제가 확산하는 추세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자는 여론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정책 관련 현수막을 신고하지 않고 설치할 수 있다’는 개정된 옥외광고물법이 시행되면서다. 이후 원색적 비방이나 막말이 담긴 현수막이 거리를 뒤덮었다. 여론이 좋지 않자 개정 1년도 되지 않아 국회가 이를 방지하려는 법안을 다시 재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람 없는 ‘무인 집회’에 현수막만 거리에 설치하는 꼼수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수막 관련 조례에 따라 25개 구청은 현수막을 정비해야 한다”며 “시민의 통행 안전을 확보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