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업계 송년 분위기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덕담은 온데간데없다. 이구동성으로 내년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미국이 내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민간이 국내 전체 주택 공급의 80%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민간 공급의 두 축인 건설사와 시행사(개발업체)가 붕괴 직전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9월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금융시장을 ‘관리’하는 바람에 시장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데다 아파트 미분양이 누적돼 부실만 눈덩이처럼 커졌기 때문이다. 나름 튼실했던 건설사와 개발 사업지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장이 꽉 막혀 생존 기로에 놓였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부분 건설사가 A건설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동산 경기 10년 호황 뒤 지난해 아파트값이 빠지는 등 시장은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값 급등과 인건비 상승이 맞물려 공사비가 30% 이상 급등했다. 2021년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열 차례 뛰며 지난 1월 연 3.5%까지 급등한 뒤 동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공사비와 금리 상승 속에 신규 단지가 미분양 늪에 허덕이면서 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올해 대우산업개발, HN(옛 현대BS&C), 신일, 대창기업 등 중견 건설사가 부도 난 이유다.
시공능력평가 30위 내 부채 비율이 200%를 웃도는 건설사도 수두룩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 비용은 다락같이 치솟았고, 미분양으로 공사비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공사 기간이 연장되는 단지도 증가세다. 지방 미분양에 대한 세제 혜택 등 특단의 조치가 없으면 자력 생존이 불가능한 처지다.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브리지론(토지비와 일부 사업비 대출) 연장만 하고, 본PF(인허가 후 토지비와 공사비 일부 조달) 시장을 묶어둔다면 그나마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도 모조리 망가질 수밖에 없다. ‘옥석 가리기’를 서두르지 않으면 이미 기반이 흔들린 업계 전반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이 투입되기 전에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축은행 PF 사태 처리 과정을 되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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