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역대 최대 규모의 임원 승진 인사를 시행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데 대한 보상과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선도할 리더 발탁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차그룹은 20일 현대차 97명, 기아 38명, 현대모비스 20명 등 총 252명에 달하는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사장 7명, 부사장 13명, 전무 35명, 상무 197명이다. 100~200명 수준이던 예년과 비교하면 최대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승진 임원 중 신규 선임은 197명이다. 신규 임원 10명 중 4명을 40대에서 발탁했다. 미래 준비를 위한 세대 교체에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신규 임원 중 40대 비중은 2020년 21%에서 올해 38%로 두 배가량 늘었다. 승진 임원 30%를 연구개발(R&D), 신사업, 제조 등 기술 관련 분야에서 발탁한 것도 특징이다.
브라이언 라토프 부사장(59)은 사장으로 승진해 현대차·기아 글로벌 최고 안전 및 품질책임자(GCSQO)를 맡게 됐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출신인 글로벌 차량 안전 전문가 라토프 사장은 2019년 현대차 북미법인에 합류했다. 지난해부터 현대차 글로벌 최고안전책임자를 맡아 차량 결함에 대해 신속히 조치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였다.
현대차 국내생산담당 겸 안전보건최고책임자인 이동석 부사장(59)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장은 노동조합 창립 후 사상 처음으로 올해까지 5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냈다. 올해 국내 기준 역대 최대인 186만 대 생산도 달성했다.
현대차그룹 감사실장인 김윤구 부사장(58)은 현대오토에버 사장에 임명됐다. 인사실장 등을 거친 김 사장은 조직 체계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 경험이 풍부하다. 그는 현대오토에버 체질 개선과 외부 인재 영입 등을 통한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배형근 현대모비스 부사장(58)은 현대차증권 사장으로 승진했다. 배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다. 현대모비스에서는 미래 투자를 위한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앞서 현대차, 현대건설, 현대제철 등 다양한 계열사를 거치며 그룹 사업과 전략 전반에 대한 전문성도 갖췄다. 배 사장은 자본시장 부진에 대비한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리테일 강화 등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방침이다.
전병구 현대카드 경영관리부문 부사장(58)은 사장에 올랐다. 전 사장은 재무건전성 강화와 리스크 관리를 바탕으로 안정적 사업 성장에 기여했다. 특히 작년부터 이어진 고금리에도 가계 부채 리스크와 자금 조달 부담을 성공적으로 관리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3분기 국내 카드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외부 영입도 눈에 띈다. 김혜인 전 영국 BAT그룹 최고인사책임자(CHRO·49)가 현대차 HR본부장 부사장에 임명됐다. 175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BAT에서 인사를 총괄한 김 부사장은 현대차의 포용적 조직문화를 한층 강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는 2025년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 전략 달성을 위한 것”이라며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는 인재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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