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이 지켜도 불안한 홍해…46조원 물류 발 묶였다

입력 2023-12-20 17:48   수정 2023-12-21 01:2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AP몰러-머스크가 미국의 연합군 함대 조직에도 홍해 운항을 중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 편에 선 예멘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이 계속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추가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P몰러-머스크는 19일(현지시간) “홍해에서 선박을 겨냥한 공격은 선원들의 안전과 보안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항로를 우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가 후티 반군의 위협에 대항해 미 해군 5함대를 주축으로 다국적군이 참여한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개시한다고 밝힌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뤄진 발표다. 주요국 정부들의 연합 노력에도 물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P몰러-머스크의 대응은 홍해에서 지정학적·물리적 난관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 항로는 전 세계 상품 교역량의 12%가 지나가는 통로다.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의 주요 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들의 불안감이 여전한 건 후티 반군이 미사일과 드론을 비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티 반군은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홍해에서 최소 약 15척의 선박을 공격하거나 위협했다. 후티 반군은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티 반군의 고위 관리인 무함마드 알리 알후티는 이날 이란 알알람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대항하는 국가들의 선박은 홍해에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군 함대가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와 달리 현재는 호위함에만 의존하기엔 선박 교통량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해 항로 이용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경제적 피해도 불가피하다. 홍해를 통과하지 않고 희망봉으로 우회하면 시간이 더 걸리고 연료 소모량도 늘기 때문이다. 희망봉 항로를 택하면 7~10일이 더 소요되고 최소 100만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퀴네앤드나겔의 파올로 몬트로네 수석부사장은 “현재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대신 아프리카 일대를 우회하는 컨테이너 선박은 57척에 달한다”며 “물동량으로 계산하면 70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MDS 트랜스모달에 따르면 이곳을 지나는 20피트 컨테이너의 평균 가치는 5만달러다. 현재 홍해 운항을 중단한 컨테이너의 총액이 350억달러(약 45조7500억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편 이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이 중재국 카타르를 통해 인질 30~40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하마스에 최소 1주일의 휴전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제안은 지난달 일시 휴전의 후속 협상이 결렬된 이후 이스라엘 측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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