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이동권은 인간답고 행복한 삶을 위한 핵심 요소다. 자유로운 이동 보장은 신체장애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교육, 재활, 사회 참여 등 평범한 일상생활을 누리는 시작점이다.
필자도 십수 년간 서울시지체장애인협회에서 장애인의 이동 편의와 접근성 개선에 앞장서는 것이 장애인을 위해 진정 필요한 일이라고 여기며 업무를 해왔다. 장애인편의증진기술지원센터를 운영하면서 교통약자 이동 편의시설의 설치 실태를 점검해 개선 방안을 마련했고, 저상버스 등 각종 이동 편의시설이 과거보다 눈에 띄게 늘어나고 개선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여객시설 및 도로시설 분야의 이동 편의시설 설치율은 2008년 58%에서 2022년 84%로 큰 폭으로 향상됐다. 이 수치가 아직 장애인들의 고단함을 모두 어루만져 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이자 변화다.
최근에는 양적인 인프라 확충 외에도 교통수단 접근성 향상으로 실질적 이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모색되고 있다. 서울시는 ‘동행맵’ 운영으로 휠체어 최적경로 검색, 역무원 호출 등 장애 유형을 고려한 맞춤형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스마트서울맵’은 일반 시민이 참여해 교통약자 지도를 구성하는 ‘커뮤니티 매핑’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게 장애인 생활 편의를 개선하고 이동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다.
필자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그간 현장에서 장애인단체 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연대하려는 노력이 장애인의 사회 통합과 인식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고 경험했다. 그렇기에 특정 장애인단체가 사회와 불통하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다. 이들은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들이 정작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시민들의 이동을 방해하면서 벌이는 시위로 시민들은 피로감을 느낀 채 이를 외면한다. 결국 공감을 얻지 못해 힘을 잃게 되는 것이다. 이동권은 비단 장애인만을 위한 이동권일 수는 없다. 장애인과 노약자, 임산부 등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모두에게 해당한다.
서울시는 내년 약 2300억원을 투입해 교통약자와 동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와중에 지역사회와 대치하고 불통만 하는 장애인단체가 막대한 예산을 무조건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건 비현실적으로 비친다. 자신들의 주장에 매몰되기보다는 진정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배려하며 소통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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