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0일 11: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 작업) 여부가 서울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장의 대주단인 KB금융과 NH금융 손에 달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주단 결정에 따라 연말 태영건설의 단기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연말 워크아웃설’ 만든 성수 오피스 개발 사업 좌초 위기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이 시공사로 참여하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은 좌초 위기를 맞았다. 개발 사업 시행사이자 차주인 ‘성수티에스2차프로젝트금융회사(PFV)’는 당초 18일 48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맞았으나 10일 연장해 오는 28일로 미뤄졌다. 시행 PFV 최대주주는 60% 안팎을 보유한 이지스자산운용이다. 태영건설도 33%가량을 보유 중이다.성수동 오피스2 개발 사업은 태영건설이 오피스를 짓기로 하고 지난해 6월 대주단에 돈을 빌려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차주는 토지에 대한 계약금과 명도 등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 아직 부지 매입과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업장이다. 개발 사업 초기 단계인 브릿지론보다 앞 단계에 해당해 리스크가 높은 사업장으로 꼽힌다. 현재 사업장 토지주들과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지주공동사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차주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대신 채무를 인수해야 하는 자금보충 약정 의무를 갖고 있다. 전체 대출금 480억원 중 10%인 48억원을 차주와 태영건설이 갚아 현재 대출 잔액은 432억원이다. 차주를 대신해 태영건설이 나머지 잔액을 모두 갚아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동성 악화에 이어 연말 성수동 오피스 개발 만기 도래까지 겹치며 증권가에서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태영건설은 건설사들 가운데 자기자본 대비 PF 보증 규모가 373.6%으로 가장 높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태영은 연초부터 연달아 자금 조달을 실시했다. 지난 1월 티와이홀딩스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4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해 태영건설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본사 사옥 담보대출(1900억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2400억원) 등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28일 KB증권·NH캐피탈 손에 달려
어려운 연말을 보내고 있는 태영건설은 28일 대주단의 판단이 단기 고비일 것으로 관측된다. 해당 사업장은 KB금융과 NH금융 등 성수동 대주단 손에 달린 상황이다. 성수동 사업장 대주단은 KB증권(191억원)과 NH농협캐피탈(191억원), 키움저축은행(5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PF 대주단 자율 협의회에 들어간 사업장으로, 3분의 2 이상 동의하면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구조상 KB증권과 NH농협캐피탈이 모두 동의해야 만기 연장이 가능해진다.대주단은 협의를 위해 열흘간 말미를 줬지만 28일 어떤 판단을 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옥석 가리기’ 발언 이후 금융당국이 부실 사업장을 정리하란 신호로 선회했단 의견도 다수다. 만기 연장만 이어가서는 이자만 불어나, 자금 순환이 계속 어려워질 것이란 시각이다.
이번 고비를 넘기더라도 태영건설은 당분간 부실 사업장에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PF 보증 만기는 내년 1분기 1721억원, 2분기 1750억원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집계됐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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