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에스테르 뒤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20일 서울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3 서울 국제 안심소득 포럼'에 참석해 오세훈 서울시장과 대담을 갖고 이같이 말했다.
뒤플로 교수는 "소득 파악이 어려운 빈곤국에서는 보편적인 소득 지원을 해야 할 경우가 있지만, 한국과 같이 소득 및 자산 파악을 위한 데이터를 갖춘 나라에서는 정부가 효과적으로 선별 지원을 할 수 있다"며 서울시가 진행 중인 단계적 소득지원 프로그램 '안심소득(safety income)' 실험에 특별히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출신으로 빈곤 문제에 관해 20여개국 이상을 방문해 다양한 조사를 해 온 뒤플로 교수는 빈곤 해결에 가장 적합한 정책에 관한 뛰어난 연구 결과를 여럿 내놨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2011년)',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2019년)' 등의 저작을 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최연소이자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수상했다.
그는 “보편적인 기본소득 프로그램은 지원 신청의 어려움이나 낙인효과를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전체적인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어 빈곤층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은 훌륭한 통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누가 돈을 필요로 하는지, 직장을 잃었는지, 실직 위기에 놓여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힘든 상황을 겪는 이들에게 보다 집중적인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선별지원의 문제점인 낙인효과 등을 피할 수 있도록 지원 과정을 설계하고, 지원을 장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뒤플로 교수는 조언했다.
뒤플로 교수는 이 프로그램이 “그동안 했던 그 어떤 소득실험보다 완성도가 높은 프로그램”이라며 “사람들이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자산측정 조건이나 의료비의 세부내역 등에 관한 질문을 오 시장에게 던지기도 했다.
오 시장은 “실시간으로 소득이 파악돼야 안심소득 지원을 더 정밀하게 할 수 있는데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신용카드 사용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몇년 후에는 정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뒤플로 교수는 “그렇더라도 까다로운 서류나 신청서를 작성하게 해서 복지사각지대를 만드는 것보다 안심소득을 제공하는 게 더 적합하다”며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다는 게 안심소득의 큰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패널토론에 화상으로 참여한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크레이그 리델 교수도 "상당히 야심찬 프로그램"이라며 "소득실험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오 시장도 "한국 사람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서 교육에 투자하는 식으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잘 희생하는 편"이라며 "3년 실험하고 1년 추적관찰하는 식으로는 분석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긴 호흡의 실험이 필요하다는 데 동감한다"고 답했다.
다만 내국인과 별도의 최저임금 체계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뒤플로 교수는 "어떤 곳에서 일하든 국적에 관계 없이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라며 "동일한 기회를 갖고,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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