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이 20만 명에 육박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남성 육아휴직자는 30%에도 못 미쳐 여성에 편중된 육아부담은 크게 개선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2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잠정)'에 따르면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지난해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은 19만9976만명으로 전년 보다 2만4866명(14.2%) 증가했다. 2011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많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끝나면서 육아휴직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부모 맞돌봄 문화 확산을 위한 ‘3+3 육아휴직제’가 새로 도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 제도는 생후 12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할 경우 첫 3개월간 부모 모두에 통상임금의 100%(월 최대 300만원)를 지급하는 것이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여전히 여성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지난해 육아휴직을 시작한 사람의 72.9%(14만5736명)가 여성이었다. 남성 비중은 27.1%(5만4240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아이를 낳은 부모의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률도 여성이 70.0%인 반면 남성(6.8%)은 7%에도 못 미쳤다. 남성의 경우 전년 대비 4.6%포인트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찍었지만 격차는 여전한 것이다.
대기업 종사자 쏠림 현상도 확인됐다. 육아휴직을 한 남성의 70.1%가 종사자 규모 300명 이상인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종사자 규모가 이보다 작은 50~299명(14.7%), 5~49명(10.9%), 4명 이하(3.8%)인 기업체에 다니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은 저조했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자녀가 비교적 자란 이후에 이뤄졌다. 2013년에 출산해 지난해까지 한자녀만 둔 부모의 경우 여성은 자녀 나이 0세(83.2%) 때, 남성은 6세(19.0%) 때 육아휴직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출산 여파로 출산휴가자 수는 감소했다. 2021년 출산휴가자(공무원, 교사 등 고용보험 미가입자 제외)는 8만7893명으로 전년 대비 1481명(1.7%) 감소했다. 여성은 출산휴가 사용자(7만422명)가 1년 전 보다 732명(1.1%) 늘었는데, 같은 기간 배우자 출산휴가를 쓴 남성은 2213명(11.2%) 감소했다. 다만 배우자 출산휴가자는 우선지원 대상기업(중소기업) 소속 배우자만 집계되기 때문에 실제보다 적게 집계되는 측면도 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남성 직장인들은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A증권사에서 회계 업무를 하는 30대 중반 김모씨는 지난 9월 첫 아이가 태어났는데도 과도한 업무로 10일짜리 출산휴가도 쓰지 못했다. 김 씨는 "업무량이 많고 사내에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 문화가 자리잡지 않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육아휴직도 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해선 여성의 육아 부담을 덜어주는 맞돌봄 문화 확산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부모 중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쓴 경우는 1만288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성 육아휴직 사용자(7만4685명)에는 크게 못 미친다. 부족한 공감대, 사내 불이익 등이 남성의 육아휴직을 가로막는다는 분석이다. 일본 등 주요국 대비 낮은 한국의 육아휴직 소득대체율(OECD 집계, 지난해 기준 44.6%)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내년 1월 1일 이후 생후 18개월 이내 자녀를 둔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첫 6개월간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390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육아휴직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사후지급 폐지 등도 검토하고 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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