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가담 트럼프, 대선출마 금지"…'피선거권 박탈' 첫 판결

입력 2023-12-20 15:00   수정 2023-12-2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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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 처음 나왔다. 해당 판결이 미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가 대선을 앞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19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있었던 '미 의사당 난입 사건'에 개입한 만큼 콜로라도주 대선 경선 출마 자격을 박탈시켜야 한다고 판결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폭력과 불법적인 행동을 선동하고 여러 주에서 공화당 관리들에게 선거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가한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콜로라도주 대법관 7명 중 4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헌법 수정안 제14조3항에 따라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고 결정했다.

미국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내란에 가담하거나 헌법을 위협한 적을 지원하면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판결은 이 조항을 근거로 특정 대통령 후보의 대선 출마 자격을 부정한 첫 판단이다.

다만 이번 판결은 콜로라도주에만 해당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혀 연방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미 대선의 구도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은 내년 대선의 기본 윤곽을 연방대법원의 손에 맡기는 폭발력이 큰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150년 만에 적용된 수정헌법
'내란에 가담한 자는 공직을 맡을 수 없다'는 미국의 수정헌법이 내년 미 대선의 변수로 등장했다. 19일(현지시간) 미 콜로라다주 대법원이 해당 조항에 근거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피선거권을 박탈시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유사한 소송이 걸려 있는 다른 주에서도 같은 판결이 이어지거나 미 연방대법원이 이 사건을 본격 심리하면 대선 구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반면 연방대법원이 대선 전에 해당 판결을 내리기 쉽지 않은 데다 보수적 성향의 연방 대법원이 이번 판결을 뒤집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인 1868년에 수정헌법 제14조3항을 제정했다. 내란에 가담하거나 헌법을 위협한 적을 지원하면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북부군이 남부군 인사의 공직 진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용도였다.

전후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내란죄 조항을 근거로 특정인 이름을 투표용지에서 제외하는 형태로 공직 자격을 박탈시킨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 조항을 적용하려면 여러 조건에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2021년 1월 6일 있었던 의사당 난입 사건이 반란에 해당해야 한다. 사건 전후로 있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과 각종 메시지를 반란 개입 증거로 볼 수 있을 지 여부도 쟁점이었다.

이와함께 법원이 공직자 요건을 규정한 수정헌법 14조3항을 집행할 권한이 있느냐에 대해 이견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선택한 대통령에 대해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 지가 최대 논란거리였다. 이번 판결의 하급심인 콜로라도주 덴버법원도 수정헌법에 정한 공직자 범위 안에 대통령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반대로 결정했다.

하지만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네가지 요건에 모두 해당한다고 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콜로라도주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했다.
연방대법원에 달린 미 대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외에 25개 이상의 주에서 유사한 소송에 걸려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판결이 다른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다른 주 법원에서도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같은 결론을 내리면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과 내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존 사건과 맞물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해 투표 방해를 비롯한 4개 혐의로 기소돼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재임 시 면책 특권을 근거로 내세워 2020년 대선 관련 사건에 대한 법정 절차를 모두 보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잭 스미스 특검은 최근 연방대법원에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직 시 발생한 범죄 혐의와 관련해 면책 특권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이 콜로라도주에만 적용돼 찻찬 속의 태풍에 그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게다가 미네소타, 뉴햄프셔, 미시간 주 법원 등은 관련 소송에서 콜로라도주 대법원과 다른 판결을 내렸다.

이와함께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불복할 수 있도록 이번 결정의 효력을 내년 1월 4일까지 유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연방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혀 판결 효력은 더 미뤄질 수 있다.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연방대법원이 신속히 우리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려 미국적이지 않은 이번 소송을 끝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 연방 대법원은 보수와 진보 성향 대법관 수가 6대3으로 보수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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