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범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 지주회사) 회장은 21일 경영권 방어 가능성에 대해 "27일에 공식 발표를 할텐데 시장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가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는 게 조 회장의 입장이다.
조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와 만나 '경영권 지분을 50% 이상 확보했냐'는 질문에 "지금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영권 방어를 자신했다. '50%에 근접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달 보석으로 석방된 조 회장은 이날 공판에 출석했다.
MBK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18.93%), 차녀 조희원 씨(10.61%) 등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4일까지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최소 20.35%를 확보한 뒤 조 고문, 조 씨 등과 합쳐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전략이다.
조 회장 측은 본인 42.03%, 조양래 명예회장 4.41%, 효성첨단소재 0.72% 등을 더해 총 47.18%를 확보한 상태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0.23%)를 뺀 나머지의 절반인 49.89%를 확보하면 승기를 잡을 수 있다. 조 명예회장과 효성첨단소재는 매일 장내에서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조 회장은 한국거래소가 시세조종 혐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특별심리에 착수한 데 대해선 "경영권 방어 조치를 한 것"이라며 "법적으로도 조심스럽게 했기 때문에 별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발표 전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급등한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당국에서 사전매매를 더 조사해봐야 하지 않냐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주주가치 제고 전략은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IR 측면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며 "MBK라는 빅 브랜드가 참여해 유명세를 타면서 주가가 리레이팅이 됐다"고 말했다. 주주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형제 간 갈등에 대해선 "아버지가 연로해 형제끼리 대화로 오해도 풀어야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만나볼 것"이라고 답했다. 조 명예회장의 건강과 관련해선 "방금도 뵙고 왔다"며 "웨이트 운동을 하실 정도로 건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큰 펀드가 '아니면 말고' 식의 딜에 참여해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가 남의 돈으로 성공해서인지 무모하다"고도 했다.
이어 "사모펀드업이 기업인과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인데, 이번 사태를 보고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MBK파트너스를 어떻게 볼 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이날도 1만7000대에 머물고 있다. 공개매수가(2만4000원)보다는 한참 아래다. 공개매수가 실패하면 주가가 더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 분석이다.
김일규/박시온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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