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친구들이랑 서로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밌고, 연초 많이 듣던 곡을 다시 들을 기회가 생겨 좋아요. '내가 이 곡을 이렇게 많이 들었었나' 싶은 노래도 있고요."
2년째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해 유튜브 뮤직 애플리케이션(앱)을 쓴다는 대학원생 박모 씨는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유튜브 뮤직 앱 내 개인화 정보 분석 서비스인 '리캡(Recap)'에 대해 "올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해 946곡을 3만3367분 동안 들었다"면서 "분석 결과가 생각보다 구체적이라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 숫자 나열에 그치지 않고 '어떤 노래를 가장 많이 들었고, 다른 이용자 대비 그 노래를 얼마나 더 좋아하고 먼저 들었는지 볼 수 있어 재밌었다"고 부연했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를 구독하고 있는 20대 직장인 A씨는 스포티파이의 개인 정보 분석 서비스인 '랩드(Wrapped)'에 대해 "생각보다 많이 들은 곡도 있고, 예상한 곡이 순위에 없기도 해 놀랐다"며 "올해 처음 스포티파이를 구독했는데 랩드를 보니 데이터가 계속 축적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계속 구독해야겠다"고 말했다.
올해 기자는 1218곡을 2만3224분 동안 들었다. 가장 많이 들은 곡은 정국의 세븐(Seven). 이처럼 한해 동안 앱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인포그래픽(인포메이션 그래픽의 줄임말)으로 보여주는 '연말 결산' 정보가 인기다.
이 서비스의 분석 대상은 바로 이용자 자신의 '스몰데이터'다. 스몰데이터란 개인의 취향이나 건강 상태, 생활 양식 등 사소한 행동에서 나오는 정보를 말한다.
개인형 연말 결산 서비스는 스포티파이의 '랩드'가 2015년 음원 스트리밍 업계 최초로 시작했다. 이외에도 유튜브 뮤직의 '리캡'·국내 음악 서비스 중에선 멜론의 '마이레코드'·바이브의 '리와인드' 등이 있다.
이용자 관심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러한 스몰데이터 분석 결과물을 공유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네이버 데이터랩의 검색어트렌드 지수를 살펴봐도 스포티파이의 '랩드' 관련 검색량은 2021년 69, 2022년 77, 2023년 100으로 최근 3년간 점점 늘고 있다. 해당 지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은 날을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낸다.
음악 서비스들이 스몰데이터를 분석해 개인별로 다른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른 앱들도 개인 정보 분석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은 최근 개인별 거래 내역·많이 받은 후기 등을 정리해 인포그래픽 영상으로 선보였고, 온라인 도서 거래 플랫폼 '예스24'도 '읽어보고서'라는 서비스로 개인별 독서 활동을 정리해 보여주는 연말 행사를 시행하고 있다.
서비스 관계자들은 개인화된 연말 결산 캠페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스포티파이 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2020년 전 세계 9천만명의 스포티파이 이용자들이 SNS를 통해 랩드 결과물을 6천만번 넘게 공유한 것을 확인했다"며 "랩드는 단순히 스포티파이의 홍보 수단을 넘어 개성을 공유하는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관계자는 마이레코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유에 대해 "음악 업계 전체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도 좋지만 사용자 입장에선 개인별로 자신의 취향을 파악하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마이레코드를 SNS에 공유하는 이벤트 등으로 마케팅 효과까지 유도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실질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근 관계자도 "연말 결산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앱 관심도가 높아지는 측면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그동안 기업들이 공개하는 연말 결산 정보들은 전체 이용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사업자 관점의 빅데이터 결과물이 다수였다"며 "기술력이 발달하고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서 스몰데이터 분석도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분석의 범위는 앞으로도 점점 좁아질 것"이라며 "사업자 입장에선 그동안 확인할 수 없었던 개인별 취향 분석이 가능해 시장 공략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용자 입장에선 개인 성향과 기호를 정확하게 알게 돼 유용하다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개인 분석 데이터를 SNS에 공유하는 트렌드는 과시라기보단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찾아가면 연대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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