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한국수력원자력 등 7개 자회사에게 총 3조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달라고 최종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례 없는 배당 규모에 자회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목표로 했던 4조원 규모에서 8000억원 하향 조정한 것이다. 다만 각 자회사 이사회가 요청받은 배당규모를 그대로 통과시킬지는 미지수다.
21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20일 한수원,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6개 발전자회사와 한전KDN에 공문을 보내 총 3조2000억원의 중간배당을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당초 한전은 최대 4조원의 중간배당을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자회사들이 난색을 표하자 목표금액을 3조5000억원으로 낮춰잡았고, 최종적으론 3조2000억원으로 추가 하향 조정했다.
한전은 47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에 따른 한전채 발행한도('자본금+적립금'의 5배) 축소를 막기 위해 자회사에 전례 없는 중간배당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적자를 줄여 적립금이 쪼그라드는 걸 막기 어려운 만큼, 중간배당을 받아 자본금을 늘려 발행한도를 확대하겠다는 계산이다. 증권가 예상대로 한전이 올해 연간 6조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내면 내년 한전채 발행한도는 75조원 규모로 축소돼 10월 말 기준 발행잔액 79조5728억원에도 못미친다. 즉 지금 상황이 지속되면 내년에 한전채 신규 발행은커녕 기존 한전채조차 상환해야 한다.
자회사들은 한전이 요구한 중간배당 규모가 너무 큰 데다 각 사의 재무구조도 넉넉한 상황은 아니어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가장 많은 1조6000억원의 중간배당을 요청받은 한수원의 경우 올해 1~3분기 1631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상태다. 심지어 지난 9월 말 별도 기준 현금성 자산도 9509억원에 불과한 데다, 유동금융자산(1년 이내 현금화 할 수 있는 주식·사채 등 금융자산)도 2757억원 뿐이다. 한전에 중간배당을 주려면 가진 현금과 금융자산을 모두 소진하고도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셈이다.
때문에 각 자회사 이사회가 최종 중간배당 금액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또 한 번 진통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각 자회사 이사회는 오는 22일부터 29일까지 차례로 이사회를 열어 한전으로부터 요청받은 중간배당 금액을 그대로 확정할 것인지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한전이 요청한 중간배당금액이 워낙 크다보니 이사회가 배당금을 (요청규모보다)깎아서 확정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