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지주 영구채 시장 활발…신한·우리·하나지주 등 발행 채비

입력 2023-12-22 07:48   수정 2023-12-26 09:45

이 기사는 12월 22일 07:4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 중인 금융지주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내년 콜옵션(조기상환권) 만기가 돌아오는 신종자본증권 차환에 대응하기 위해 연말부터 발행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금리 인상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데다 기관들이 지갑을 푸는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달 부담도 낮아질 전망이다.
내년 금융지주 영구채 발행 규모 3조원대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연말부터 이사회 결의를 마치고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19일 2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했다. 2500억원은 채무상환용, 2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투입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4000억원까지 발행 규모를 늘릴 수 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2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24일 27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한 바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만기가 통상 30년 이상으로 길어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정 때 자본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자본 확충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도 공시를 통해 BIS 비율 제고를 위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연말부터 금융지주의 발행 작업이 분주한 건 내년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2019년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의 5년 후 첫 콜옵션 시행이 다가오면서 차환 발행을 통해 자본력을 유지하겠다는 게 금융지주의 판단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주요 금융지주의 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총 2조4700억원이다.

지주별로 살펴보면 우리금융지주의 콜옵션 만기 도래 물량이 가장 많다. 내년 7월 5000억원, 10월 5000억원 등 1조원 규모다. 하나금융지주는 내년 4월 2650억원,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6월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발동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KB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는 각각 3500억원, 2000억원, 20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대응해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 확충 총력
업계에서는 자본확충을 위한 순발행(발행액-차환액) 물량 등을 고려하면 내년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량이 총 3조원대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간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 발행 규모는 △2021년 3조3320억원 △2022년 4조6510억원 △2023년 3조766억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안정적인 자본확충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신종자본증권 카드를 검토하는 주요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9월말 기준 은행지주 및 은행 BIS 기준 지본비율 현황’ 보고서를 통해 “고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충분한 자본여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채권 발행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신호에 기관들이 자금을 푸는 ‘연초 효과’가 본격화하면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기관과 개인들의 투자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달 금리도 다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하반기 발행된 금융지주 신종자본증권의 조달 금리는 연 5%대에서 책정됐다. 하지만 최근 국고채 금리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내년에는 연 4%대 발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비은행 자회사 인수 등을 위해 자본 확충을 고려하는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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