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제안을 수락하면서 퇴임 관련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장관은 이날 법무부 장관 이임식이 끝난 뒤 브리핑에서 현재 상황을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에 비유하며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전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나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한 장관 사의 표명 2시간 만에 사표를 수리했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한 장관의 사의를 받아들여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후임자 지명 없이 한 장관이 사직한 데 대해 "공백이 생기지 않게끔 절차 등을 잘 지켜가면서 빈틈없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오후 5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에서 "서민과 약자의 편에 서고 싶었다. 그리고 이 나라의 미래를 대비하고 싶었다"며 "저는 잘하고 싶었다. 동료 시민들의 삶이 조금이나마 나아지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한 일 중 잘못되거나 부족한 부분은, 그건 저의 의지와 책임감이 부족하거나 타협해서가 아니라, 저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앞으로 제가 뭘 하든, 그 일을 마칠 때, 제가 똑같이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이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을 수락하게 된 배경에 대해 "비상한 현실 앞에서 '잘 할 수 있겠지'하는 막연한 자신감보다는 동료 시민과 나라를 위해 잘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더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9회 말 2아웃 2스트라이크라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아도,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애매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상식 있는 동료 시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같이 만들고 같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상식과 국민의 생각이라는 나침반을 가지고 앞장서려고 한다"며 "그 나침반만으로는 그 길 곳곳에 있을 사막이나 골짜기를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지지해주시는 의견 못지않게 비판해주시는 다양한 의견도 경청하고 존중하면서 끝까지 계속 가보겠다"고 덧붙였다.
한 장관은 '비대위원 인선 기준'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상적인 상황"이라며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을 모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연내 출범시킬 계획이다. 윤재옥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긴급 현안 간담회에서 "각하는 일정은 연내에 비대위 출범이 마무리되는 것"이라며 "새해부터는 새 지도부가 당무를 이끌고, 새 지도부 중심으로 총선 준비가 가동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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