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지산학(지방자치단체·기업·대학) 협력 체계가 본격적인 성과를 내는 단계에 들어갔다. 지역 대학이 공동으로 산학협력 체계를 가동해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는 한편 다양한 기업이 대학 및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기술이전과 수출 등을 지원받기 시작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지난 20일 해운대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2023 지산학 협력 성과공유회’를 열었다고 21일 발표했다.
부산은 2021년 전국 최초로 지산학 협력 체계를 마련한 곳이다. 기존 산학협력 체계는 대학과 정부가 단위 사업별로 사업을 추진해 지역 산업 특성에 맞는 기술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시는 지역 최대 규모의 기업 지원 인프라를 갖춘 부산테크노파크를 주축으로 정부와 대학, 기업을 연결하는 주춧돌을 마련했다.
그 결과 부산테크노파크는 지자체와 대학 협력 시스템(RIS),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 사업(RISE)의 총괄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특히 RISE는 부산시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설계해 시범사업으로 연결됐다. 기업과 연구소 등에 설치된 지산학 브랜치는 지난해 12월 50곳이 설치된 뒤 1년 만에 73곳을 넘어서며 기술이전과 공동 마케팅, 인력 양성 사업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 14곳은 공유대학을 만들어 △스마트 항만물류 △클린에너지 융합부품 소재 △친환경 스마트선박 등 세 개 산업 분야에서 공동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등에 힘을 모은다. 워털루형 코업 시스템을 적용해 대학 3학년부터 이론과 기업 실습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외에도 파워반도체 공유대학(13곳), 수소 공유대학(9곳) 등 지역 산업 흐름에 맞는 다양한 협력 체계가 가동되고 있다.
지산학 협력 체계를 활용한 기업의 실적도 기술 개발, 채용, 수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왔다. 부산테크노파크가 지산학 브랜치를 둔 기업 24곳을 조사한 결과 지식재산권은 설립 이전 대비 11.9%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산학협력은 2.2건에서 3.8건으로 72.3% 증가했으며, 현장실습(8.3%)과 기술이전(100%) 등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지산학 협력 체계 유공자 시상식에서 부산시장상을 받은 크리스틴컴퍼니가 대표적인 사례다. 크리스틴컴퍼니는 부산과 경남에 집중된 신발 부품 제조 공장을 현장 실사를 통해 데이터화한 뒤 신발 제조 플랫폼 ‘신플’을 내놨다. 신발 브랜드사가 플랫폼을 통해 공정별 10여 곳의 부품 공장을 찾는 수고를 덜게 됐다. 그 결과 평균 6개월이 걸리던 신발 제조 기간이 단 40일로 대폭 줄었다. 네이버와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1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는 동의대 인공지능그랜드ICT연구센터와 공동으로 빅데이터 기반의 신발 트렌드 예측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김형균 부산테크노파크 원장은 “대학이 기업 수요에 맞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지산학 협력 체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집단 네트워크의 덩치를 키워 지역 혁신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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