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식품, 생활용품 등 협력 제조사와 주고받는 거래를 하지만 쿠팡은 우리 방침을 수용할 거냐, 말 거냐 선택을 강요한다.”
대형 유통회사에 납품하는 소비재 기업 관계자들이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1위 기업에 대해 이구동성으로 내리는 평가다.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급성장한 이마트도 이 과정에서 주요 납품사와 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빠른 협상을 통해 타협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런 기류는 지금도 비슷하다.
하지만 쿠팡은 다르다. 유통업계 최초로 연 매출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소비자 일상에 없어선 안 될 인프라로 자리 잡자 무지막지한 힘으로 수수료 인상(납품단가 인하)을 관철해 내고 만다는 게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쿠팡·CJ제일제당 간 갈등의 이유는 판매장려금, 물류비, 광고비 등을 포함한 총 수수료율을 얼마로 할지다. 쿠팡이 판매액의 30% 선이던 수수료율을 40%대로 올리라고 통보하자 경영진 층에서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9년 CJ보다 먼저 쿠팡과 비슷한 사안으로 전면전을 치른 LG생활건강도 ‘전쟁’의 시작은 서류 한 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생활용품 실무자가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앞으로 수수료율 등에 관한 요구 사항을 보낸 것이 화근이었다는 말이 음식료업계에 파다했다.
쿠팡에 대한 납품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중소 소스업체가 주원료의 함량을 낮춘 별도 제품을 쿠팡에 공급하는 사례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명분으로 가격 인상을 억누르는 데다 쿠팡이라는 ‘유통 공룡’의 힘이 계속 커지면서 주요 소비재 기업의 수익률 방어가 쉽지 않다”며 “한창 해외 시장 개척에 힘을 쏟아야 할 때 불필요한 싸움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대 면적이 제한돼 있어 소비자가 원할 만한 상품을 엄선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납품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게 필수다. 미국 코스트코는 품목별로 10개 이내의 협력사만 유지한다. 재무와 품질만 우수하면 이들에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쿠팡의 상품 조달 방식은 무한경쟁이다. 판매 품목만 수백만 개에 달하고 등록 상품 개수는 억 단위다. 정보기술(IT) 엔지니어가 주축인 쿠팡은 신라면, 햇반, ‘삼다수’ 같은 1등 브랜드가 나오기까지 투입된 제조사의 투자와 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고물가 시대에 소비자에게 최저 가격으로 판매하기 위해 납품사와 공급가 협상을 하고 있다”며 “수십 년간 시장을 지배하던 대형 식품 기업들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기업 제품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항변했다.
박동휘/하수정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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