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영권 지분을 50% 이상 확보했냐’는 질문에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경영권 방어를 자신했다. ‘50%에 근접했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계열사 부당 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가 지난달 보석으로 석방된 조 회장은 이날 공판에 출석했다.
MBK는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18.93%) 등과 손잡고 한국앤컴퍼니 경영권을 가져오기 위해 주당 2만4000원에 최소 20.35% 이상 지분을 공개매수하고 있다. 마감일은 25일이지만 휴일을 감안하면 22일 성패가 드러날 전망이다.
장남 조현식 고문 등 세 남매 "소액주주, 공개매수 참여를"
조 회장은 장내 매수와 관련, 한국거래소가 시세조종 혐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특별심리에 착수한 데 대해 “경영권 방어 조치를 한 것”이라며 “법적으로도 조심스럽게 했기 때문에 별문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발표 전 주가가 급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국에서 사전매매를 더 조사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고 강조했다.
MBK에 대해선 강하게 비판했다. 조 회장은 “큰 펀드가 ‘아니면 말고’ 식의 딜에 참여해 시장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MBK가 남의 돈으로 성공해서인지 무모하다”고도 했다. 이어 “사모펀드업이 기업인과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인데, 이번 사태를 보고 우리나라 기업인들이 MBK를 어떻게 볼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주주가치 제고 전략은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조 회장은 “IR(기업설명) 측면에서 소통이 부족했다”며 “MBK라는 빅 브랜드가 참여해 유명세를 타면서 주가가 리레이팅(재평가)됐다”고 말했다. 주주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형제간 갈등에 대해선 “아버지가 연로해 형제끼리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어야 할 것 같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만나볼 것”이라고 답했다. 조 명예회장의 건강과 관련해선 “방금도 뵙고 왔다”며 “PT(퍼스널트레이닝)도 받고 웨이트 운동을 하실 정도로 건강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측 입장은 정반대다. 세 남매는 21일 공동 입장문에서 “조 회장은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겨왔다”며 “기업·주주가치를 개선하려는 MBK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기 위해 공개매수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3.33% 하락한 1만7110원에 마감했다.
김일규/박시온/차준호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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