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앞으로는 재개발·재건축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꾸겠다”고 말했다.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건물의 구조안전성을 우선 따지기보단 ‘준공 후 30년’ 등 최소연한을 충족하면 원칙적으로 사업 진행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재건축 사업의 맨 앞 단계에 있던 안전진단을 사업주체 설립 후에 받아도 되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재건축 사업 추진의 장애 요소로 꼽혀온 안전진단을 거론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재건축·재개발하려면 먼저 기존 주택 안전진단부터 거쳐 그 위험성을 인정받아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다 보니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위험해지기를 바라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재건축은 지방자치단체의 정비계획 수립-안전진단 통과-추진위원회 및 조합 설립-사업시행계획 인가-관리처분계획 인가-착공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 재건축 연한(30년)이 지나 정비계획이 수립된 아파트라도 사업주체인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하려면 그전에 반드시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다. 안전진단을 통과하려면 육안으로 건물 노후도를 판단하는 예비안전진단을 거쳐 전문업체의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재건축을 진행할 조합이나 추진위 설립도 안 됐는데 주민들이 돈을 모아 안전진단부터 하고 거기서 위험하다고 판명 나야 비로소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건 사실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안전진단은 사업시행인가 전 마지막 설계 단계나 착공 이전에 하는 쪽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건축에서 안전진단 진행 순서를 사업주체 설립 등 이후로 늦추려면 도정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정부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이른바 ‘1기 신도시 특별법(노후계획도시특별법)’과는 별개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조성된 지 20년 이상 경과한 신도시 아파트의 안전진단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구역 내 주민 간 복잡한 이해관계와 사업성 부족 등으로 지난 20년간 큰 진전 없이 사실상 사업이 방치됐다. 그러자 서울시는 지난 7월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중화1·3구역을 제외한 나머지 구역을 재정비촉진지구에서 지정 해제하고 모아타운 등 소규모 재개발을 추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모아타운과 같은 소규모 도시정비 사업은 국가 지원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재정 지원과 이주비 융자를 늘려 국민의 거주 환경을 속도감 있게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형주/김소현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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