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으면 준공 시점부터 2~5년을 반드시 거주해야 하는 규정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겠다는 취지로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대표적인 부동산 규제다. 하지만 주거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에게도 피해가 가는 무리한 규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전매제한 완화 조치와 함께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시행령 개정 사안인 전매제한 규제는 완화됐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야당 반대에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 수도권 아파트는 서울 9개 단지(7647가구)를 비롯해 총 72개 단지, 4만7595가구에 이른다. 15일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는 연초부터 논의가 이어졌지만 민주당 등 야당이 강하게 반대해 소위 문턱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폐지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청약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은 실거주 의무 폐지에서 한 발 물러나 ‘최초 입주 가능 시점부터 거주한다’는 조항을 삭제한 중재안을 제시했다. 준공 후 입주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 내에 거주 의무를 채우면 되도록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국토위 소속 일부 의원들이 “실거주 의무 폐지는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논의가 공회전하고 있다. 이날 소위에 앞서 민주당 의원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이 같은 강경 주장이 제기됐다고 한다. 신규 입주 아파트가 많은 경기 과천이 지역구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의무 입주 시점을 최초 전세 기간만큼 유예하는 내용의 중재안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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