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癸卯年·검은 토끼의 해) 한 해 동안 국내 뉴스 순위에는 각종 사건 사고로 다사다난 했던 뉴스들이 주목을 받았다.
대규모 인명·재산 피해를 야기한 6호 '태풍 카눈'부터, 트랜스젠더 및 재벌 사생아로 위장한 '전청조 사기' 사건, 미래 유망기술 '초전도체' 등 전반적으로 다방면에 두루 관심을 보였다. 특히 흉기 난동과 같은 강력 범죄 역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태풍 여파로 같은달 1~12일 새만금에서 열리는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 대회도 조기 철수됐다. 폭염 등으로 영국과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조기 퇴영은 있었지만, 대부분 국가가 잔류를 결정하며 안정되는 듯했던 잼버리는 태풍 북상 우려가 커지면서 전원 조기 철수를 결정했다. 수도권으로 상경한 대원들은 서울 야경 투어, 케이팝 공연 등을 즐기며 늦게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잼버리 이슈는 뉴스 검색어 7위 올랐다.
국내 뉴스 2위 검색어는 '전청조'다. 그는 1996년생 여성으로 전직 국가대표 펜싱 선수 남현희와의 재혼 소식으로 지난 8월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남현희 씨는 전청조를 은퇴한 승마선수 출신으로 예체능 교육 관련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소개했다. 당초 재벌 3세 '남자친구'로 알려졌으나, 온라인 중심으로 각종 의혹과 사진·영상 자료들이 퍼지면서 결국 긴급체포됐다.
경찰 수사 결과 전청조 씨는 주민등록상 성별이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청조 씨는 지난달 9일 검찰에 구속송치됐다. 파라다이스 회장 혼외자 논란이 커지자 파라다이스 그룹은 공식적으로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악인취재기'에 전청조와 그의 부친 전창수 사기 행각이 공개되기도 했다.
국내 뉴스 3위 '초전도체'다. 이 검색어는 올해 7월 30일부터 8월5일까지 급상승했다. 초전도체는 '꿈의 물질'로 알려져 있다. 전기 저항이 사라지고 물건을 공중에 띄울 수 있다는 초전도 현상을 상온(常溫)·상압(常壓)에서 구현하는 물질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는 소식에 전세계과학계가 들썩였다. 현재는 극저온(영하 100도 이하) 초고압(상압의 10만배 이상) 상태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국내외 주류 과학계에서는 상온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퀀텀에너지연구소 주장에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초전도저온학회 연구진은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
4위는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멤버 문빈이다. 지난 4월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뉴스가 주목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문빈은 1998년생으로, 2009년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아역으로 연예계에 정식 데뷔했다. 2006년 동방신기의 ‘풍선’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꼬마 동방신기’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2016년 아이돌그룹 아스트로로 데뷔해 ‘베이비’ ‘니가 불어와’ ‘숨가빠’ ‘너잖아’ ‘노크’ 등의 곡으로 최근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많은 동료들이 애도의 마음을 표했으며, 방송가도 콘텐츠 공개 연기와 방송 중 추모로 슬픔을 함께 했다.
5위(신림역 칼부림 사건)와 10위(서현역 칼부림 사건)는 공통적으로 '칼부림 사건'이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지난 7월, 서현역 칼부림 사건은 8월 각각 발생했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30대 남성 피의자 조선이 칼부림을 일으켜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부상을 입힌 사건이다. 이후 서현역에 있는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차량을 몰고 행인들을 덮치고 흉기를 휘둘렀다. 서현역 칼부림 사건까지 이어지는 등 당시 다수의 칼부림 예고글 등으로 사회적 불안이 가중됐다.
현재 법무부는 살인 예고글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형법은 원칙적으로 범죄를 예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지만, 살인과 같은 중한 범죄의 경우 별도의 규정을 통해 처벌하도록 한다. 살인을 예비 또는 음모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흉악범죄로 인해 국내에선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6위(이선균)와 8위(이재명), 9위(주호민)는 모두 유명인사였다. 고(故) 이선균의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투약 의혹이 보도되며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그는 강남 유흥업소 실장 A 씨의 자택에서 수차례 대마초 등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 10월부터 경찰 조사를 받아왔다. 지난 23일 마지막 소환 조사 이후 이달 27일 서울 종로구의 한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선균은 마약인 줄 모르고 투약했다며 범행의 고의성을 부인했다. 그는 앞서 진행된 간이 시약 검사와 모발과 체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에서 모두 마약류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가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공소권 없음’으로 그와 관련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불기소 처분의 일종인 공소권 없음은 피의자가 사망해 기소할 수 없는 상황 등 수사 실익이 없다고 판단될 때 내려진다.
이재명의 경우 지난 9월 뉴스 검색이 급증했다. '체포 동의안' '이재명 단식' '이재명 구속' 등 검색어가 크게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당시 정치권에서 발생한 이른바 '이재명 사법리스크'다. 지난 9월21일 여야 의원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지 이틀 만에 24일간 이어온 단식을 중단했다.
마지막으로 9위 만화가 주호민은 지난 7월 말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의 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건으로 이슈가 발생했다. 다만 동료 교사와 학교 측 등 다수의 구성원들이 특수 교사를 옹호하며 탄원서까지 제출하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학교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즉각 반박했고, 학교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모아 특수교사에 대한 선처 탄원서 등을 법원에 제출했다. 교권 추락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파문이 더욱 커졌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