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세계 과학자들이 순록의 코가 빨갛게 되는 이유(사진1)를 찾아 냈다. 순록이 코 내부 비강의 모세혈관 밀도를 높인 덕분에 코 끝이 극한 추위에도 얼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순록의 파란 눈은 겨울철에도 먹이인 이끼를 쉽게 찾기 위해서라는 것도 확인했다.
이들은 국제학술지 BMJ(브리티시메디컬저널)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극한의 온도에서 산타클로스의 썰매를 끄는 비행 순록 루돌프의 전설적인 빛나는 빨간 코가 얼어 붙는 것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성인 6명과 성년 순록 2마리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들에게 각각 국소 마취제 및 혈관 수축제를 투여한 뒤 영상 18도 조건에서 휴대용 생체 비디오 현미경으로 코 내부를 촬영했다.
촬영 결과 순록 코 내부 비강의 모세혈관 밀도는 1㎟ 당 20㎜에 달했다. 사람 코의 모세혈관 밀도(1㎟ 당 15㎜)보다 25% 높았다.
연구진은 또 순록을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달리게 한 뒤 적외선 촬영을 진행했다. 순록의 코 주위에 혈액이 모이며 다른 신체 부위와 비교해 온도가 높아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순록 코 비강의 높은 미세혈관 밀도와 머리카락핀 모양(hairpin-like)의 혈관 구조 덕분에 차가운 외부 기온에도 코가 얼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와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순록 눈 내부 망막의 색이 겨울에 파란색으로 변하는 이유에 대해서 연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아이퍼셉션(i-Perception)에 발표했다.
북극 순록의 눈 내부 망막의 색은 여름에는 황금색이다. 그러다 겨울이 되면 점차 파란색으로 변한다. 연구진은 위도 70도 이상에서 '푸른 시간(황혼)'으로 알려진 해질녘의 보라색과 파란색이 섞인 하늘 빛에 주목했다.
겨울철인 매년 9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하루 약 8~11시간 푸른 시간이 벌어진다. 연구진은 이 시간대 순록의 주요 먹이인 이끼 ‘클라도니아’가 자외선 파장 330~370㎚(나노미터) 색상 구별 값을 낸다는 사실을 확인 했다.
순록의 눈동자가 자외선 카메라처럼 기능하며 이끼를 겨울에도 쉽게 찾아낸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종합해보면 산타가 길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루돌프의 빨간 코이지만, (썰매를 끌며 보낸) 긴 크리스마스 밤이 끝난 뒤 저녁을 찾아 먹을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은 그의 파랗게 빛나는 눈”이라고 덧붙였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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