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농슬라(농기계+테슬라)'로 불리는 대동이 포스코와의 첫 공급계약 소식을 전한 지난 21일. 대동 뿐만 아니라 대동기어·대동금속·대동전자·대동스틸이 동반 급등했다. 대동·대동기어·대동금속만 형제주다. 대동전자·대동스틸은 대동그룹과 별개의 회사인데도 이들 두 종목에 매수세가 몰렸다. 회사명에 모두 '대동'이 들어가 관련주로 착각한 투자자의 이른바 '묻지마 베팅'이 이뤄진 것이다. 특히 개인투자자가 주로 매수했단 점에서 이후 하락에 따른 피해가 개인들에게 집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동은 지난 21일 상한가에 마감했다. 포스코와 처음으로 로봇 관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게 주가에 호재가 됐다. 이날 대동 외에도 계열사인 대동금속과 대동기어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대동금속은 대동의 연결 자회사이며, 대동기어는 대동의 연결로 잡히진 않지만 대동이 대주주로 있는 계열사다.
관련주로 묶이면서 기대감이 증폭된 측면도 크지만, 이달 19일 공시한 3489억원 규모의 제품 수주건 또한 주가 상승세를 떠받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회사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공급계약이다. 대동 관계자는 "해당 계약은 대동기어와 대동금속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단 점에서 주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전달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급등 수혜는 대동전자와 대동스틸에도 이어졌다. 대동전자는 21일 0.73%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장중엔 27% 폭등했다. 같은날 대동스틸은 26.6% 급등 마감했다. 문제는 대동전자와 대동스틸은 대동과 전혀 관계없는 종목이란 것이다. 사명에 '대동'이 포함되는 만큼 관련회사로 오인할 법하지만, 이들 회사들은 서로 어떠한 지분·사업적 관계로 얽혀 있지 않다. 정말 이름만 비슷할 뿐이다.
대동전자·대동스틸 모두 개인투자자가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과 기관의 물량을 개인투자자가 고스란히 받아냈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대동전자와 대동스틸 모두 주가가 하락했다. 투자 피해는 대부분 고점에 물린 개인투자자가 입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동전자, 대동스틸의 포털 종목토론방에선 "이름 보고 달려든 분들은 코피 터졌을 거다", "다 물렸다. 1년 기다려야 이 가격 오려나"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비슷한 일은 비교적 최근에도 있었다. '한동훈 테마주'로 묶이면서 연일 상한가 행진을 이어갔던 대상홀딩스 대신 대'성'홀딩스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일에도 이름이 비슷한 BGF에코머티리얼즈의 거래량이 터지고 주가가 치솟는 일이 있었다. 과거엔 오스템임플란트의 횡령 사건으로 인해 오스템 주가가 하락한 해프닝도 벌어졌다. 오스템은 자동차 부품업체로 오스템임플란트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기업이다.
이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투자 양상이 심화하면서 투자자의 손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LS머트리얼즈,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두산로보틱스 등 최근 상장한 신규 공모주도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단 수급 쏠림에 의한 급등을 노린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대부분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짙었단 점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어도 투자하기 전엔 어떤 회사인지는 알아봐야 하지 않나"라며 "주가 변동성이 커지면 결국 피해를 입는 쪽은 개인투자자다. 기관 등 전문투자자보다 경험이나 투자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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