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결국 '한동훈 vs 이재명' 구도…관전 포인트는

입력 2023-12-25 20:55   수정 2023-12-25 20:56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 2인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 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도로 내년 4월 총선이 치러지게 됐다. 총선 결과에 따라 두 사람 중 한 명은 치명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프레임 전쟁…'검사 대 피고인' vs '윤석열 아바타'
양당은 본격적인 총성이 울리기 전부터 프레임 주도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내년 총선이 '검사 대 피고인' 구도에 갇힐 수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백현동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로 주 최대 3회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검사 출신의 한 장관이 맞상대가 됐기 때문이다 .

한 전 장관은 앞서 이 전 대표를 '잡범'과 비교하거나 '중대범죄 혐의자'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는 이 대표가 단식 도중 병원으로 후송되자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해서 사법 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후 이 대표를 '잡범'이라고 표현한 것이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잡범이 아닌 중대범죄 혐의자"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내든 반격의 카드는 '윤석열 아바타' 카드다. 한 장관은 '윤석열 아바타'라고 깎아내리며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다. 정권 심판론은 총선 전 가장 최근 선거인 지난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을 승리로 이끈 필승의 카드이기도 하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등 무능과 무책임이 국민의힘을 비상 상황에 빠뜨렸다"며 "대통령 아바타에게 당을 통째로 바쳐 이젠 '용산 출장소'를 넘어 아예 '직할 체제'로 바꾸겠다니 변화와 혁신의 의미를 모르나"라고 썼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총선을 어떤 구도로 치르게 될 것이냐가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 전 장관이 검사 출신이라는 것이 장점이 될 것인지, 단점이 될 것인지에 따라 총선 구도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며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해나갈지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尹 "한동훈, 있는 그대로 말해줄 사람" 힘 실었는데...


한동훈 전 장관이 스스로 안고 있는 숙제도 있다. 바로 용산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없이 한 전 장관을 향해 '용산에 할 말은 하라'는 주문이 쏟아내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장관에게 "윤 대통령에 대해 과감하게 할 소리를 해 달라"며 "지난 여당 대표들의 실패, 여당의 국민으로부터의 외면의 핵심은 그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지 않은 여당 대표, 여당이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한 전 장관이 만들어갈 당정 관계와 관련 " 후보가 윤 대통령과의 인연이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장점이 될 수도 있다"면서 "두 분 사이에 기본적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허물없고 진솔한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첫 시험대는 '김건희 특검법'이 될 전망이다. 오는 28일 국회에 자동 부의되는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해 민주당은 '무조건 통과'를 외치고 있다. 현실적으로 야당의 단독 처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중첩한 것이다.

한 전 장관은 특검법에 대해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등 독소조항도 있다"며 "무엇보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선전·선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한 장관에 대해 "있는 그대로 내게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그에게 힘을 실었다. 채널A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검사 시절부터 한동훈의 상사로서 지시해본 적 없고 늘 의견을 구해 왔다"며 이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악연 없는' 한동훈, 비윤계도 끌어안을까


한 전 장관이 국민의힘을 이끌게 되면서, 양당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화는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계 포용 여부다. 오는 27일 탈당을 예고한 이 전 대표는 한 전 장관에 앞서 국민의힘을 이끌었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철저하게 무시한 바 있다. 그러나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한 전 장관에 대해서는 "만날 수 있다"며 문을 열어뒀다.

당내에서는 한 전 장관이 이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동훈·이준석 연대는 국민의힘 필승 카드'라고 주장해온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 전 장관 지명 이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최대한 우리 편을 많이 늘리고 끌어안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의원은 21일 KBS 라디오에서 한동훈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이준석 신당' 동력이 약해졌다는 전망과 관련 "한 장관이 이 전 대표나 유승민 전 의원도 만나야 하고, 함께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며 "한 장관은 이 전 대표나 유 전 의원하고 과거에 악연이 전혀 없다. 아주 새롭고 건설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장관은 이 전 대표와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저는 당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렇지만 특정한 사람에 대해 따로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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