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시케 프로젝트를 이끄는 수석연구원은 린디 엘킨스탠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 최근 국내에 출간된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은 엘킨스탠턴이 자신의 도전을 적은 책이다.
과학자로서 엘킨스탠턴은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그의 연구는 지질시대와 미래를 넘나들며 우주의 비밀에 다가가고 있다. 우주에는 또 다른 엘킨스탠턴이 존재한다. 소행성 8252 엘킨스탠턴은 그의 이름을 땄다. 그는 카네기과학연구소 지구자기학과 최초의 여성 학과장을 지냈다. 2008년에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에서 분야별 최고의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NSF 커리어 어워드’를 받았다.
하지만 그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지질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호감으로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 진학한 엘킨스탠턴은 학부생 가운데 여성이 20%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마주한다.
여성이 고위직이나 주도적 학문에서 배제되고, 그래서 다시 여성 과학자가 탄생하지 않는 악순환을 그는 목격했다. 교수의 자택을 방문한 한 여성 대학원생은 교수의 어린 자녀에게 이런 말까지 들었다. “당신은 과학자가 될 수 없어요! 여자니까!”
개인적 트라우마도 몰려왔다. 어린 시절 겪은 성폭력, 자신을 보호하기는커녕 정서적으로 학대한 부모에 대한 기억으로 엘킨스탠턴은 괴로움을 겪는다. 이후 학술단체의 대표로 일하게 된 그는 조직 내 성폭력 가해자에게 철퇴를 내리고 피해자를 보호했다. 그는 ‘군림하는 리더’를 거부하고 연구원들에게 고른 발언 기회를 보장했다.
성폭력, 난소암 등 지극히 개인적 경험이 담겨 있는 것은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여성 과학자로서 승승장구하는 영웅담이나 영민하게 주목받을 자리를 확보해 나가는 전략 같은 걸 기대해서는 안 되는 책이다. 다만 어디서도 쉽게 듣지 못할, 여성 과학자로 사는 기쁨과 슬픔이 진솔하게 녹아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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