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투자가가 있다. 빈농 출신에서 데이트레이딩(당일매매)으로 자산 18억엔(약 162억원)의 부자가 된 87세 베테랑 투자가 후지모토 시게루 씨다. 지난 68년 동안 투자에 몰입한 후지모토 씨는 고베 대지진, 2000년대 버블 붕괴와 리먼 사태,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코로나 쇼크로 인한 격동의 파동 장세 등을 이겨내며 18억엔의 자산을 쌓았다. 지금도 매일 새벽 2시에 일어나 시세를 분석하며 기술적 전략으로 거액의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투자가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
후지모토 씨가 자신의 투자 철학을 소개하는 책 <87세, 현역 트레이더 시게루 할아버지의 가르침>이 최근 일본에서 출간됐다. 책에는 그의 주식 투자 비법과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담겨 있다.
1936년 가난한 농부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후지모토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애완동물 가게에 취업했고 그곳에서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고객을 만나 19세에 투자를 시작했다. 인터넷 거래를 배운 것은 그의 나이 66세 때였다. 투자하는 동안 버블 붕괴와 같은 폭락장을 만나 자산 10억엔이 2억엔으로 급감하는 일도 겪었지만 시장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저 재미 삼아 계속 투자를 즐겼다.
지금도 활발하게 월 6억엔을 넘나드는 금액을 거래하는 후지모토 씨에게 주식 투자는 가장 즐거운 일상이다. 그는 데이트레이딩을 너무 좋아해 죽을 때까지 현역 트레이더로 살아가고 싶다고 전한다. “저는 ‘투자를 좋아한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계속 승부를 걸었고 돈은 나중에 자연스럽게 따라온 것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책에는 ‘손실을 보더라도 불안해하지 마라’ ‘다른 투자자의 심리를 읽어라’ ‘직감과 성공 경험에 의존하지 마라’ ‘투자에는 휴식도 중요하다’ ‘남들보다 돈을 더 벌고 싶다면 머리를 써라’ ‘힘들어도 남들과 반대로 가라’ 등의 조언이 이어진다.
후지모토 씨가 데이트레이딩을 위해 가장 강조하는 투자 법칙은 ‘1 대 2 대 6의 법칙’이다. 어떤 주식이 ‘좋아 보인다’ 싶으면 우선 맛보기로 1000주를 사보고, ‘역시 좋은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2000주를 사고, ‘반드시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서면 6000주를 사는 식이다. 주식을 팔 때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그동안 거래를 해본 적이 없는 주식에는 반드시 이 법칙을 적용한다.
그는 데이트레이딩이야말로 최고의 두뇌 트레이닝이며 그래서 지루할 겨를이 없다고 전한다.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다른 육체노동을 통해 자산을 늘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머리를 사용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제안한다. <87세, 현역 트레이더 시게루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매일 머리를 쓰면서 즐길 수 있는 일상의 루틴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려준다. 게다가 돈도 제법 벌 수 있다니, 이런 걸 일석이조라고 하는 게 아닐까.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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