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ASML이 최첨단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하이 NA EUV(극자외선) 노광(빛을 쏴서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작업)장비’의 출하를 시작했다(사진). 첫 번째 고객사는 미국 인텔이다. 삼성전자도 ASML과의 1조원 규모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장비 활용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ASML은 22일 “하이 NA EUV 노광 시스템 첫 번째 제품을 인텔에 출하했다”고 발표했다. 하이 NA EUV 장비는 노광 능력을 높인 ASML의 최신 제품이다. 가격은 대당 3억달러(약 3900억원)를 넘는다.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2㎚는 선폭(회로 폭)을 뜻하는데, 선폭이 좁을수록 초소형·저전력·고성능 칩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초미세공정엔 빛의 파장이 짧은 EUV 노광장비가 필수다.
주요 반도체 기업은 2025년부터 2㎚ 이하 공정에서의 칩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공정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기존 EUV 장비의 성능을 개선한 하이 NA EUV 장비 수요가 커졌다. 하이 NA EUV 장비는 렌즈 개구 수(빛을 모으는 능력 단위)를 0.55(기존 EUV 장비 0.33)로 키운 것이 특징이다. 집광 능력이 높아진 만큼 기존 장비보다 더 선명하고 얇은 회로를 그릴 수 있다.
하이 NA EUV 장비의 연 생산량은 10대 안팎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TSMC, SK하이닉스 등의 장비 확보전이 치열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이달 중순 ASML 본사를 방문한 것도 하이 NA EUV 장비를 살펴보고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ASML과의 공동 R&D 프로젝트를 통해 하이 NA EUV 활용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최근 유럽 출장 귀국길에서 “삼성이 하이 NA EUV의 기술적 우선권을 확보했다”며 “장기적으로 하이 NA EUV를 잘 쓸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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