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취임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비대위원 인선에 쏠리고 있다. 키워드는 ‘실력’과 ‘세대교체’다. 1973년생으로 서울 강남, 엘리트 검사 출신인 한 전 장관이 정치 경험보다는 실력과 신선함을 갖춘 1970·80년대생을 전면 기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통해 내년 4월 총선 승패의 핵심인 ‘중수청’(중도층·수도권·청년층) 끌어안기에 나설 것이란 설명이다. 86세대 운동권이 주축인 더불어민주당과도 차별화할 수 있다.
한 지명자가 밝힌 비대위원 인선 기준은 ‘실력’이다. 한 지명자는 지난 21일 “국민을 위해 열정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실력 있는 분을 모시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역, 계파 등과 관계없이 각 분야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물을 인선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 지명자가 “여의도 300명이 아닌 5000만 명의 문법을 쓰겠다”(지난달 21일 대전)고 한 만큼 정치 경험이 없는 신진 인사가 합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당내에선 2030세대와 중도층 표를 가져올 인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비대위원 전원을 1970년대 이후 출생자로 채우자”며 “86정당 민주당을 국민의힘 789세대(1970~1990년대생)가 심판하자”고 적었다.
성공 사례인 2012년 ‘박근혜 비대위’를 참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는 비대위원 10명 중 당연직 2명을 제외한 8명을 초선 2명, 외부 인사 6명으로 채웠다. 외부 인사에는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는 김종인 전 경제수석, 4대강 정책을 비판해 온 이상돈 중앙대 교수, 청년을 상징하는 당시 26세의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포함됐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중도 확장의 핵심은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국민의힘스럽지 않은 것을 할 때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친윤 그룹에 일부 신세를 졌지만, 한 장관은 당내 주류인 친윤계와도 접점이 없다”며 “쇄신이란 명분을 앞세워 영남권 중진을 과감히 쳐낼 수 있다”고 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쇄신 과정에서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맞는지 아닌지를 두고 논란이 없을 것”이라며 “쇄신 속도와 폭이 클 것”이라고 했다.
한 지명자가 ‘질서 있는 퇴진’을 이끌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치인이 아니다 보니 현역 컷오프(공천 배제) 과정에서 갈등 조정에 미숙함을 드러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영남권 한 의원은 “컷오프도 중요하지만, 빈자리에 누구를 채울지가 더 중요하다”며 “검찰 출신 인사가 대거 공천된다면 당내 분란이 거셀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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