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가입자가 비슷한 내용의 다른 보험으로 갈아탈 때 기존 가입 보험과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두 계약 간 유·불리를 명확히 파악하게 되면 보험설계사 등의 권유로 발생하는 과도한 '승환계약'도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는 신용정보원과 협력, 개발한 '보험계약 비교안내시스템' 서비스를 내년부터 시작한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소비자와 새 계약을 맺을 때 다른 보험사에 이미 가입한 비슷한 계약의 정보를 확인해 비교·안내하게 된다.
참여 보험사는 생명보험 21개사, 손해보험 15개사로, 온라인보험사, 보증보험사, 재보험사를 제외한 모든 보험사다. 다만 연금보험만 취급하는 IBK연금보험은 내년 3월 시스템 구축을 마칠 예정이다.
양 협회는 "충실한 비교안내를 통해 부당한 승환계약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등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승환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보장 내용이 비슷한 새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승환 시 보험사나 설계사가 새 보험과 기존 보험의 기간, 이자율 등 중요 사항을 비교해서 알리지 않는 경우를 '부당승환'이라 한다.
그동안 비교안내시스템이 없어 설계사 등은 고객에게 묻는 방식으로 기존 계약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중복보험 체결, 기존 보험 중도 소멸에 따른 손실, 위험보장기간 공백 등 의도치 않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험업계에선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의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경쟁과 맞물린 부당승환 문제도 비교안내시스템 도입으로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수 고객을 보유한 설계사를 영입하는 게 곧 시장점유율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에 GA들은 독립이든 보험사 소속이든 가리지 않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설계사에게 연봉의 50%를 이적료로 주는 대신 3년 내에 이적료에 해당하는 신계약을 따내도록 하는 스카우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 놓인 설계사들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신계약을 권유하는 부당승환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과도한 스카우트 경쟁과 부당승환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설계사의 첫 해 모집수수료(이적료 등 포함)를 월 납입보험료의 1200% 이하로 제한하는 이른바 ‘1200%룰’를 운영하고 있다. GA협회는 지난 9월 대형 GA 39곳과 1200%룰 준수를 포함하는 자율협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2년차 모집수수료를 확대하는 등 편법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시장 투명성을 높이려면 비교안내시스템 도입과 함께 1200%룰 개편 등 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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