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경제 활동을 제고하는 여성친화적 정책이 한국 경제의 유용한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올해 1분기 60.8%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0위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13위다. OECD 평균은 62.9%다. 남녀 격차는 15.9%포인트로 나타났다.
남녀 임금 격차도 여전하다. 소위 결혼·임신·출산에 따른 ‘결혼 페널티’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정규직 남녀 임금 격차는 수년째 한국이 1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조사한 젠더 격차는 무려 11년간 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헤드헌터사 유니코써치 조사에 따르면 한국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6%, 최고경영자(CEO)는 4%로 나타났다. 2019년 3.8%, 2022년 5.6%에 비해 점차 나아지는 추세를 보여줬지만 글로벌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과 비교해서는 한참 떨어지는 수준이다. 포천 세계 500대 기업의 여성 CEO 비율은 10.4%로 나타났다. 메타 35.5%, 애플 23.3%, 인텔 20.7%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친여성 고용정책과도 크게 대조된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경력단절로 인해 소위 ‘M커브’ 현상으로 대표되는 구조적 문제도 여전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기혼여성 고용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혼여성 고용률은 64.3%로 1년 전 62.6%에 비해 상승했다. 기혼여성의 고용률이 여성 고용률을 상회하고 있다. 한국은행 연구에 따르면 청년고용률과 육아휴직 실이용기간을 OECD 수준으로 높이면 출산율이 크게 제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의 기록적 저출산율을 해결하려면 가부장제를 혁신하고 여성의 고용안정 등 일터에서 성(性)적으로 평등한 환경을 과감히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위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가 아니라 ‘시간 유연성이 있는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동과 돌봄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처럼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는 혁신적인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 상당수 유럽 국가는 여성 임원 할당제를 실시하는 등 유능한 여성 인재 확보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도 평균 30%선을 유지하고 있다. 여성은 결과 지향적이고 협조적인 팀 문화 조성에 적극적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조사에 따르면 여성 임원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기업의 주당 순이익과 자기자본이익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일본이 아베 정부 시절 우머노믹스(womanomics)를 아베노믹스의 핵심 아젠다로 설정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산인구 급감과 1.3명대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활용되고 있는 여성 자원의 이용 극대화가 불가피한 흐름이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여성이 정치 경제 활동에 적극 참여할 때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며 여성의 적극적인 경제 활동을 역설한 바 있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중요하다. 경력단절 여성이 일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과거 정부도 여성 삶의 가치를 지킬 수 있게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여성친화적 구조로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과거 방한 때 저성장의 해법으로 여성 고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세계적인 광산회사 BHP의 사우스플랭크 철광석 광산은 전체 직원의 40%가 여성이다. 경영진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성평등 목표를 설정한 뒤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 결과다. 잠재성장률 지속 하락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여성친화적 사회구조의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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