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강원대 학생은 미국 미네르바대처럼 학기마다 다른 캠퍼스에서 공부하며 지역 산업도 배우게 될 것입니다.”
24일 강원 춘천시에 있는 강원대 총장실에서 만난 김헌영 총장은 “원주는 자동차·의료기기, 춘천은 바이오, 강릉은 해양수산, 삼척은 화력발전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해 현장 체험센터를 조성하는 등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강원대는 강릉원주대와 함께 글로컬 대학에 선정됐다. ‘강원 1도 1국립대를 통한 글로컬 대학도시 구현’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두 대학은 강원대라는 통합명으로 2026년 출범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강원대는 네 개 캠퍼스를 보유한 거점 국립대로 거듭난다. 김 총장은 “인구 유출이 심한 지역에서 국립대끼리 경쟁하지 말고 1도 1국립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경쟁력 있는 분야를 집중 지원해 서울대 수준의 학과와 연구진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강릉에서 진행하고 있는 산불 관련 시범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강원대 연구팀은 CCTV 등을 통해 불의 크기뿐 아니라 바람의 방향, 날씨,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산불로 번질 불인지 판단하고 향후 경로까지 예측한다”며 “산불 문제는 현장에 있는 강원지역 학자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강원에 하나뿐인 국립대로서 강원대가 지역 사립대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거점 국립대에서 교양 등 비인기 과목의 수업을 지원해 사립대가 특화된 전공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립대는 교수 채용 등의 비용을 아끼고 그만큼 다른 전공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인문, 사회, 예술 등 취업과 연결되지 못하는 과목이라도 꼭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다”며 “이를 지역 공유대학 시스템 속에서 거점 국립대가 책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대 안에서 다양한 융합 전공도 늘리고 있다. 기존 학과를 폐지하는 방식은 아니다. 강원대 미래융합가상학과는 정원이 없고 설립과 폐지가 자유롭다. 교수가 해당 과목을 개설하면 그에 따라 학과 이름을 붙이고 부전공, 복수전공 등으로 인정해준다. 기존 학과를 유지하면서 융합전공을 다양하게 가르친다. 학생들이 찾지 않으면 사라진다.
김 총장은 “예를 들어 지식재산권 학과면 법대 교수, 공대 특허 전문 교수 등이 모여 각각 과목을 개설하면 된다”며 “관련 과목 6~7개를 들어 지식재산권 학과를 이수한 학생은 특허회사 등에 취업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도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는 피할 수 없다. 강원대는 통합을 하는 2026년부터 입학생을 500명 정도 줄일 방침이다. 전체 입학생의 8% 정도다. 올해 충원율이 100%가 안 되는 과는 내년부터 정원을 줄인다. 그는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도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학가능인구가 2032년부터 빠르게 줄어드는 만큼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김 총장은 “지방 대학이 문을 닫으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주변 상권이 사라지고 대규모 실업자가 양산될 것”이라며 “지방이 소멸하면 수도권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지원 확대와 함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총장은 “교육 예산(103조원) 중 전국 교육청으로 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87조원에 달하지만 국가장학금을 빼면 전체 대학 예산은 7조~8조원 정도로 경기교육청 예산보다 적다”며 “대학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춘천=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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