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목욕탕서 '감전' 날벼락…3명 사망

입력 2023-12-24 18:06   수정 2023-12-25 00:41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세종의 한 목욕탕에서 입욕객 세 명이 감전돼 숨졌다. 지어진 지 40년 된 이 목욕탕은 지난 6월 세종시가 시행한 전기안전점검에서 합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와 세종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37분께 조치원읍 죽림리 모텔 건물 지하 1층 목욕탕 여탕에서 온수탕에 있던 70대 세 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것을 탈의실에 있던 다른 여성이 보고 119에 신고했다. 이들 외에 목욕객이 더 있었지만 온수탕에 들어갔던 세 명만 변을 당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심정지 상태인 이들을 충북대병원 청주하나병원 세종충남대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모두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감전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온수탕에 전기가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며 “누전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목욕탕 건물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39년 전인 1984년 12월 사용 승인됐다. 지하 1층은 여탕, 지상 1층은 카운터와 남탕, 2~3층은 모텔로 사용됐다. 세종시에 따르면 6월 전기안전점검 때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목욕탕을 자주 찾던 주민들은 건물이 워낙 노후화한 탓에 누전이나 화재 등 사고 위험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목욕탕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주민은 “천장과 벽면 곳곳에 금이 가고 건물 외부 배전함에는 전선이 삐져나온 곳도 있다”며 “이용자들도 전선 문제로 불이 나지는 않을까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이 건물 배전함 밖에는 일부 전선과 고무관 등이 삐져나온 채 방치돼 있었다. 세종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역 내 목욕탕 20여 곳의 전기안전을 일제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목욕탕 감전 사망사고는 5년 만에 발생했다. 2018년 10월 경남 의령의 한 사우나 탕 안에서 입욕 중이던 남성 두 명이 감전돼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사고는 탕에 폭포수를 공급하려고 설치한 모터에 연결돼 있던 전선이 끊어져 발생한 것으로 결론났다.

세종=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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