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매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감수하며 몰아붙였던 투자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은 업계에서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쿠팡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2021년 매출은 22조2257억원으로 전년 대비 59% 급증했다.
2010년 창사 후 쿠팡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롯데쇼핑, 신세계, 11번가, G마켓 등 이전 강자들에게 쿠팡을 제어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는 얘기다. 한 유통 대기업 고위 임원은 “쿠팡 이전까지 유통업에선 현금과 부동산이 가장 중요한 경영 요소였는데, 이를 완전히 무시하는 쿠팡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돌아봤다.
덕평 물류센터 화재만 해도 쿠팡은 이곳이 담당하던 물량을 인근 물류센터로 빠르게 분산해 배송에 차질이 없도록 조처했다. 첨단 정보기술(IT) 시스템으로 무장한 쿠팡의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다. 쿠팡은 기존 ‘유통 골리앗’의 의도적 무시와 의심을 뚫고 그들만의 길을 계속 걸었다. 30대 사업 리더를 기용해 ‘쿠팡플레이’라는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안착시켰다.
배달의민족이 독주하던 배달 플랫폼 시장에서는 배민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의 할인 마케팅을 내세워 쿠팡이츠를 업계 2위에 올려놨다. 쿠팡은 모든 서비스를 ‘와우 멤버십’에 집중했다. 그 덕분에 3분기 말 기준 활성 고객은 2042만 명에 달했다. 롯데, 신세계의 멤버십을 뛰어넘는 성과다.
쿠팡이 한국 유통의 최강자 입지를 굳히자 이번엔 유통 대기업들이 무작정 쿠팡 따라 하기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e커머스에서 쿠팡을 잡기 위해 서울 성수동 본사 건물까지 매각하며 G마켓을 3조원에 인수했다.
네이버와 연합전선까지 구축했지만, 쿠팡과 비슷한 전략으로 전세를 역전하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쿠팡이 갖지 못한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게 쿠팡과 차별화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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