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4월 치러지는 22대 총선의 개표 과정을 바꾸기로 한 것은 부정선거 시비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막겠다는 취지다.
4년 전 21대 총선 직후 집중적으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20대 대선과 8차 지방선거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까지 일어나면서 ‘음모론’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7일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해킹 가능성까지 포함해 면밀히 (선거 관리 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전산망 마비가 해킹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보다는 그만큼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투표지 분류기는 외부 전산망과 연결되지 않아 해킹 우려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애초 선거인 명부를 생성하고 투표를 여러 번 하지 못하도록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전산망 접속이 필수다. 전수 수검표는 투표지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잘못된 투표지가 최종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 투표 결과 발표 시간이 늦어지는 불편은 감수해야 할 전망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전수 수검표 시 투표 다음날 새벽까지 개표 결과를 내놓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적어도 다음날 오후까지 작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또 투·개표 등 선거 과정에 공무원 배치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공무원이 아니면 투표함에 손대거나 투표용지 분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투표에 관여하는 모두를 공무원으로 채우기는 어려운 만큼 주요 위치에 공무원 배치를 늘릴 전망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방공무원이 모두 31만 명 정도인데 21대 총선에 참여한 선거사무원은 32만6000명에 달한다”며 “국가공무원 일부가 참여한다 해도 전체를 공무원으로만 채우긴 힘들다”고 했다.
경찰 입회도 강화한다. 대표적인 것이 투표권자가 관외에서 사전투표한 용지를 관할 선관위로 이송하는 과정이다. 지금도 투표소에서 투표함을 옮길 때는 경찰이 입회하지만 우체국 등기우편 취급 과정에는 경찰이 참여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이 과정에도 경찰을 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정사업본부도 찬성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사회적 논란이 계속될 수 있는 만큼 이를 차단하기 위해 현장에서 날인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반면 선관위는 “특정 시간대에 사람이 몰리는 사전투표 특성상 대기줄이 길어질 수 있고, 투표 지연에 따른 민원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난색을 보였다. 투표를 어렵지 않게 해서 투표율을 올리는 데 더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코로나19 국면에서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보관하는 곳이 지정되지 않아 ‘소쿠리 투표’ 등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전염성 질병을 가진 사람을 위한 별도 투표함 도입이 필요한지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별도의 투표함을 마련하는 것은 ‘한 투표소당 투표함은 하나로 한다’는 공직선거법과 배치된다. 정부와 선관위는 선거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22대 총선 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상은/전범진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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