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UAE서 K건설 구슬땀…'新중동 붐' 열린다

입력 2023-12-25 17:58   수정 2024-01-02 16:54

이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담맘 공항에서 차로 2시간 반가량(250㎞) 달리니 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 대규모 플랜트 공사 현장 두 곳이 나란히 보였다. 현대건설의 마잔 가스처리시설 패키지 12와 삼성물산의 타나집 열병합발전소 공사 현장이다. 1976년 정주영 현대건설 선대회장이 수주에 성공하며 ‘중동 붐’의 시작을 알린 주바일 항구가 있는 바로 그 지역이다. 현대건설이 주바일에서 진행 중인 수조원짜리 프로젝트만 세 건이다. 삼성물산도 발전소 추가 수주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지역 수주 규모는 83억8000만달러로, 작년 동기(75억3000만달러)에 비해 약 11% 증가했다. 중동은 해외 건설공사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수주 텃밭’이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대형 건설사가 중동에서 수주 잭팟을 잇달아 터뜨리며 ‘신중동 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우디만 해도 2030년 엑스포, 2034년 월드컵 등 대규모 행사 개최를 앞둔 가운데 수도 리야드는 온 동네가 공사판이다.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네옴시티 중 산악도시 트로제나에서는 공사가 발주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책임 시공으로 중동 발주처와 신뢰를 쌓아온 게 수주 기반 확대로 이어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 중동지역을 국빈 방문한 이후 사우디와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도 한몫했다. 사우디 아람코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과 24억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2’ 계약을 맺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물산도 10조원 규모의 리야드 메트로 준공을 앞두고 있다.

네옴시티 등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17개 ‘기가 프로젝트’(초대형 개발사업) 수주 기대도 크다.

리야드·주바일(사우디)=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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