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수입차 시장 내 독일차 점유율 70% 웃돌아
한국인의 독일차 사랑(?)은 유별나다. 한국수입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수입차 내 독일 브랜드가 점유율 50%를 넘어선 때는 2009년이다. 물론 2003년에도 54%를 달성했지만 이후 매년 점유율은 45% 내외를 오갔다. 그러다 60%를 넘어선 때는 불과 2년 후인 2011년이다. 그해 독일차의 점유율은 63%까지 치솟았다. 이후 2014년 69%를 기록해 70% 돌파는 시간 문제로 여겼지만 디젤게이트가 터지며 점유율은 50%대로 주저 앉았다. 하지만 브랜드에 흠집은 있어도 명성(?)은 여전해서 2020년 다시 67%에 도달하더니 지난해 결국 72%를 달성했다. 올해도 11월까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는 중이다. 판매되는 수입차 10대 중에 7.2대가 독일차인 셈이다. 2위인 일본 브랜드가 올해 8.6%를 차지했고 스웨덴도 6.9%로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수입차=독일차' 공식이 시장에 고정 인식되면서 다른 나라의 추격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 형국이다.
독일차 중에서 가장 판매가 많은 차종은 단연 벤츠와 BMW다. 11월까지 판매된 17만3,579대의 독일 수입차 중에서 벤츠는 6만8,156대로 39.2%를 차지했고 BMW는 6만9,546대로 40%를 점유했다. 이는 KG모빌리티의 국내 판매 5만9,838대(1~11월)를 넘는 실적이다. 대당 평균 가격이 월등히 비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국산 퍼블릭 제품 판매를 능가하는 셈이다. 나아가 평균 가격이 1억원이 넘는 포르쉐도 1만442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 중 가장 비싼 제네시스 G90의 1만1,325대에 견줄 만한 성적이다. 한 마디로 제네시스 G90 만큼 포르쉐가 팔린다는 의미다.
독일차에 대한 소비 편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외 브랜드에 대한 수입차 업계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일례로 영국 브랜드는 올해 1만4,472대가 판매됐지만 그 중 미니(MINI)가 8,731대로 대부분이다. 그런데 미니는 생산국만 영국일 뿐 대부분의 소비자는 독일 기업인 BMW그룹 산하로 받아들인다. 즉 영국차로 알고는 있지만 머리 속에는 영국 모자를 쓴 독일차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BMW의 우산이 씌워지지 않았다면 미니의 한국 내 성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한국 내 독일차의 점유율 확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때 연간 4만대 판매를 기록했던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다시 반등을 노리고 있어서다. 벤츠와 BMW에 밀려 다소 주저앉았지만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국내 판매 전략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아우디는 벤츠 및 BMW와 경쟁하기보다 미국 및 일본 브랜드와 경쟁하고 폭스바겐은 현대차 및 기아와 직접 싸우는(?) 방향을 모색한다는 얘기가 들려오는 중이다. 독일차, 수입차를 떠나 '폭스바겐 vs 현대차. 기아' 구도를 직접 만들어 반등하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이 경우 경쟁의 기본인 가격도 국산차와 견준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 결과 아우디와 폭스바겐까지 과거 명성을 되찾는 수준에 도달한다면 국내 수입 승용차 연간 판매는 30만대를 거뜬히 넘을 수도 있다. 이 말은 국산 고급차에 대한 독일차의 위협이 훨씬 커진다는 얘기와 같다. 제네시스 등장 초기 독일차가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 이제 다시 독일차가 제네시스를 감싸는 모양새다. 지금처럼 해마다 벤츠와 BMW의 지배력이 커지고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반등에 성공하면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한국인의 독일차 사랑이 좀처럼 식지 않을 것 같은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벤츠 S클래스의 국내 누적 판매가 10만대에 달했고, S클래스가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국가라는 점도 독일차의 지배력 강화를 예측하게 만드는 요소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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