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후 스토킹 피해 신고는 늘었지만 정작 피해자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5일 김학신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스토킹 범죄 처벌법상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찰의 실효적 대응'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등 조처의 강제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1년 10월 21일부터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해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면 범죄가 성립한다. △상대방에게 접근하거나 따라다니는 행위 △상대방이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에게 우편, 전화, 팩스,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말, 그림, 영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이 스토킹에 해당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한 달간 스토킹 신고 건수는 1만4272건으로 법 시행 전인 전년 동월(3482건)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
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긴급응급조치 위반율은 11%(6030건 중 662건 위반)였다. 같은 기간 잠정조치 위반율은 8%(1만2008건 중 955건 위반)였다.
스토킹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은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다. 가해자가 피해자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고, 전기통신 수단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에 따르면 가해자가 긴급응급조치를 어기는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추가 스토킹 범죄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과태료 처분을 받더라도 형사 처벌과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고, 과태료를 내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가 '돈 내면 그만 아니냐'라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김 연구관은 "스토킹 가해자가 긴급응급조치를 고의로 위반할 경우에 과태료 처분이 아닌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받도록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가둘 수 있는 잠정조치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나왔다.
스토킹처벌법 제9조는 전기통신을 통한 접근금지에 대한 잠정조치 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전기통신 이용을 통한 접근금지 잠정조치의 기간은 2개월이며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의 기간은 1개월이다.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조치는 최대 6개월로 늘릴 수 있지만, 보고서는 이마저도 재연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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