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사팀 직원 A가 입사 동기들과 오랜만에 함께한 술자리에서 회사 내 괴롭힘 신고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조사를 담당했던 A는 “신고인 성격이 보통이 아니더라. 아마 일방적으로 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신고인이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신고인도 원인제공을 했고 쌍방 과실이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A가 신고인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이미 회사 내부에서는 해당 사건과 그 당사자가 누구인지 광범위하게 알려진 상태였기에 소문은 빠르게 번졌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에 참여한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여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여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고인은 비밀을 누설한 A에 대한 대응과는 별개로, 회사(사용자)에 대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의 비밀누설 금지의무를 소홀히 감독한 책임을 물으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비밀누설 금지의무의 범위에 사용자의 감독의무가 포함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여기에 대해 최근 법제처는 “조사 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 준수에 대한 사용자의 감독의무가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해석을 제시했습니다(법제처 2023. 11. 21. 회신 23-0706 해석례 참조). 그 이유는 1) 문언상 사용자에게 별도로 감독 의무를 규정하지 않았고, 2)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 내지 제6항에서 ‘사용자’의 조치 사항을 규정한 반면 제7항은 ‘조사 참여자’에게 부여한 의무이며, 3) 비밀누설 금지의무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되고 그 제재 대상의 범위는 엄격히 해석되어야 하는데, 사용자의 감독 의무까지 포함된다고 확장 해석하는 것은 엄격 해석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법제처는 민법 제756조 제1항의 사용자 배상책임 유무는 별개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결국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7항에는 조사참여자의 비밀누설 금지의무에 대해 사용자의 감독 의무까지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는 민법상 사용자 배상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피해근로자 등에게 추가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구성원들로 하여금 신고하는 것조차 단념하도록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 참조). 회사는 단순히 법률 수규자로서 주어진 의무 이행을 넘어서 조직 내의 건강한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직장 내 괴롭힘 조사 과정상 비밀 유지와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참여자로부터 비밀유지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하며, 누설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결과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합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교육을 한다면 2차 피해 관련 내용을 포함하여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사내에 2차 피해 관련 규정을 두거나 2차 가해행위로 인한 피해의 정도가 1차 가해행위로 인한 피해보다 더 무거운 경우 1차 가해행위에 대한 처벌보다 더 무거울 수 있음을 내부규정에 명시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때 여성가족부가 2021년에 마련한 「여성폭력 2차 피해 방지 지침 표준안」을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희수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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